[조은상]잔소리 하기보다 들어주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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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상]잔소리 하기보다 들어주는 선생님

[교육단상]조은상 태안중 교사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1-25 20면
  • 조은상 태안중 교사조은상 태안중 교사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선생님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엄하게 꾸짖으며 훈계하는 무서운 모습이다. 선생님은 학교생활규정 준수의 필요성에 근거해서 학생들이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고, 학생들은 욕구에 의해서 행동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 조은상 태안중 교사
▲ 조은상 태안중 교사
서로 상이한 요구와 욕구로 학생은 선생님이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선생님 역시 학생이 자기의 입장을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학생의 언행과 두발, 복장상태 등을 지적만하는 선생님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어찌보면 정상일 것이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가 생활지도 업무이기에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한다. 복장이 바르지 못한 학생, 지각을 하는 학생들을 엄하게 다스리다 보니 “너무 권위적이다” “일방적이고 자신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엄하게 지도하는 것이 제한된 시간 속에서 여러 학생을 지도하는데는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일시적인 변화일 뿐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하는데는 역부족이다.

함께 생활지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력이 몇 년 안된 후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복장을 갖춰 입지 못한 까닭'을 묻기도 하고, `왜 늦었는지' 사연을 들어주면서 생활지도를 한다.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지도하는 것이다. 들어주는 선생님의 역할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기에 어려운 것을 안다.

옅게 머리 염색을 하고 다니는 아이와 며칠 째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는데 `네 머리는 원래의 모습이 훨씬 멋지고, 그런 네 모습을 보고 싶다'는 후배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는 염색을 지웠다.

아이들은 나이 든 나 같은 교사보다 젊은 교사를 좋아하기에 후배교사의 지도를 잘 따른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들어주는 선생님의 역할인 것이다. 학생지도를 잘 하시는 선생님은 학생들과 무엇인가 함께 활동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원활히 의사소통을 잘 한다.

예전에 내가 학급담임을 맡았을 때 종례시간엔 으레 잔소리를 많이 했다.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해야만 좋은 습관이 형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배 교사는 종례시간이 아주 짧다. 종례신문이란 것을 만들어 나누어 주기에 긴 종례시간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종례신문 속에는 아이들이 필요한 내용과 해야 할 일들이 아이들의 언어와 그림으로 빼곡히 차 있다.

`이솝우화'중에도 길가는 나그네의 옷 벗기기를 겨루는 태양과 삭풍의 대결이 있다. 나그네는 바람이 거세게 불수록 옷이 벗겨지지 않도록 움켜쥐나, 따뜻한 햇볕이 비출수록 옷을 벗는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사람을 움직이는 건 강압적인 힘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라는 것이다.

옳고 그름,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교사의 관점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그런 잣대로 아이들의 행동을 평가해 왔다. 내겐 학생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려는 생각이 부족했고 아이들과 함께 뛰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학생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며, 아이들이 필요에 의해 행동하도록 교사의 역할을 새롭게 하고 있는 후배 교사들을 보며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이번 주말엔 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노란 지도카드를 여러 번 받아서 누적 벌점이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학교 뒷산을 오르려고 한다. 많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기보다 아이들 이야기를 실컷 들으며 함께 땀 흘린 후 벌점을 소멸해주는 소멸카드를 발부해 주면서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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