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은 미술계의 등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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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전은 미술계의 등용문

<문화스펙트럼>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1-25 11면
  •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요즈음도 이 시기쯤 되면 전국 어느 미술계 어디에서도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전시 가운데 하나인 졸업전시가 성황을 이룬다. 대학생들의 졸업전시는 다년간의 미술수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졸업전만큼 매우 특수한 목적을 가진 전시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갈고 닦아온 기량을 지역사회에 내보이고 작품을 통해서 검증받고 격려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졸업미전은 어떻게 보면 이제 긴 교육기간을 마치고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작가로서의 순간을 기념할 매우 중요한 전시임에 틀림없다.


졸업미전을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첫 전시이자 마지막 전시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 미술계의 모습이다.

한 지역에서 해마다 1000여명의 예비작가들이 탄생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걸어가는 길은 10년 뒤에도 같은 업계에 종사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어떤 지인은 자신이 졸업할 때 40명의 동기생들이 있었지만 지금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단 3인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졸업미전은 미술계에 얼굴을 알리는 초심자의 등용문인 셈이나 그들 역시 전공이수의 증명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전시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감상자의 측면에서 보면 가장 재미없는 전시가 졸업미전이다. 굳이 현수막이나 홍보 포스터를 보지 않아도 전시장 가운데 놓인 작품들의 경향만을 보고도 어느 교수가 몸담고 있는 어느 미술대학 졸업전이라는 것쯤은 족집게처럼 맞출 수 있다.

물론 지도를 받는 교수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고 또 현실적으로 점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학생들의 처지에서는 당연한 일면으로 생각될 수도 있으나 어느 경향성으로 일관되어 드러나는 전시장은 참으로 재미없는 전시가 된다. 그래서 일반 미술애호가들 가운데는 졸업시즌에 화랑가를 기피하는 현상도 보인다. 일종의 졸업전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이다. 졸업전은 별로 볼만한 작품도 없고 흥미롭지도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졸업전이 재미없는 이유는 또 있다. 졸업생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그것도 단시일 내에 한 장소에서 쏟아내듯 전시를 치러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단지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연례행사일 뿐이고 거기에 어떤 특별한 기획의도를 찾아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한 번에 많은 작품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장소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큰 문제이고 간혹 릴레이전이나 홍보차원으로 지역을 넘어서 중앙에서 전시를 치러 내는 경우가 생긴 것 등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졸업전의 형식이 갖는 구태의연함은 너무 오래된 관행이라 변화의 조짐이 없는 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 부분이 졸업전이 일반인들에게는 상투적인 전시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는데 일조를 하는 원인 중의 하나다.

관례적인 졸업미전이 아니라 새롭고 참신한 작가들의 미술계를 향한 첫 입문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실 졸업전처럼 미술계와 일반 미술애호가들이 주목해야할 전시도 없을 것이다.

단지 지도했던 교강사분들과 물심양면으로 애틋하게 뒷바라지한 부모님을 제외하고 졸업당사자들로 가득 메워지진 전시장에서 축하인사가 끝나고 기념사진 몇 장 찍으며 자축하는 술 몇 잔이 오고가면 바로 흩어지는 졸업전 풍경은 이제 변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미술계의 등용문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며 이제 출발하는 애송이 작가들이어서 전시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으로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지역 정치·경제 관계자들과 전문미술인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졸업전의 개념도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기획과 컨셉트가 있는 전시, 졸업당사자들만의 의미가 아닌 지역사회의 중요한 행사로 변화해야 하며, 일반인들도 축하해줄 그 자리에 참석함으로써 관심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졸업생들로 인해 새롭게 판이 짜여 질 미술계를 전망해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그들의 앞날에 격려를 아끼지 않을 졸업전 풍경을 상상해 본다.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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