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전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
올 해 대전시 당국은 연극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는 두 개의 사업을 시작했다. 하나는 대전연극협회에 지원을 하여 대전창작희곡상을 제정해 전국적으로 공모를 하는 일과 구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시도하고 있는 소극장 지원 사업이다. 이 두 가지 일은 시 당국이 대전 연극인들을 위해 계획한 사업으로 장차 의미 있는 결실을 낳게 할 사업으로 평가될 것이다.
대전창작희곡상 공모는 성공적이었다. 40여편 정도의 우열을 가리기 곤란한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응모를 했고 그 중에서 3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작품을 평가하는 가운데 `하이옌'이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 출신의 결혼 이주민 여성이 겪는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하이옌은 국제결혼 소개소를 통해 한국의 한 남성과 결혼을 한다. 작중의 남성은, 소위 소개팅을 통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다. 어느 날 임신을 한 아내 하이옌이 감기 기운이 있어 함께 약국을 가게 된다. 남자는 급한 일이 생겨 한국말이 서툰 아내를 기초언어를 알려주고 약을 사서 나오면 약국 앞에 그냥 기다리라고 말한 후 잠시 자리를 뜬다. 베트남 여인은 더듬거리며 약사에게 징후를 말하는데, 약사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행동이 서툰 이방인을 신종플루 환자로 오인해 성능 좋은 휴대전화로 보건소에 즉각 알리고, 보건소원에 의해 끌려간 하이옌은 서툰 한국어로 자신이 한국인의 아내라고 주장하며 남편에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하소연하지만 그녀의 하소연은 쉽게 무시되어 버린다.
한편 아내를 잃은 남편은 당황하여 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경찰은 국제결혼한 부부에게 흔히 일어나는 마누라 도주 사건 정도로 치부해, 조롱조로 “아, 좋겠네. 결혼 한번 더 하시지 뭐!”하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남편의 분노 어린 항의에 경찰은 오히려 윽박지르기만 한다. 남편이 애타게 베트남인 아내를 찾는 동안 이 여인은 한국 뒷골목 톱니바퀴에 끼여들어가 심신이 망가지고 만다. 경찰은 남편의 강력한 수색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엉뚱한 여인을 데려다가 그의 아내라며 넘겨주기도 하는데, 결국 다시 찾은 하이옌을 이번에는 남편이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며 부정해, 하이옌은 결국 불법체류자로 판정을 받아 한국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 작품은 다민족 사회로 나아가야할 한국사회의 고질병을 폭로하는 따뜻한 질정의 작품으로 읽혀 제1회 대전창작희곡상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인들의 마음이 열려야 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국제사회에서 분투하며 받았던 이웃의 도움을 이제 되갚아야할 때다. 그러나 어찌하랴. 굶주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이 옥수수10만t을 요구하는데, 남아도는 쌀을 창고에 쌓아두면서 알량한 옥수수 1만t을 건네주며 생색내려는 높은 분들이 오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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