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LA타임즈 기자 스티브는 어느 날 공원에서 들리는 바이올린 소리에 이끌려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간다. 동상 앞에서 두 줄짜리 고물 바이올린을 켜는 남자는 나타니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노숙자로 보이는 나다니엘은 한때 줄리어드 음대에서 공부한 전도유망한 첼리스트였다. 스티브가 쓴 나다니엘 이야기는 신문 1면을 장식한다.
‘솔로이스트’가 던지는 질문은 소박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기자가 거리의 악사를 만난다. 그런데 이 불우한 악사는 천재 첼리스트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전개가 뻔하다. 기자는 천재를 기삿감으로 삼고, 기사를 쓰다가 기자와 불우한 천재가 서로 구원받는다는 식의 휴먼스토리다. ‘솔로이스트’도 큰 그림으로 보면 그 범주다.
그러나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자 스티브는 그가 쓴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보내준 첼로며 선물들을 전하고, 노숙인 공동체에도 데리고 가고, 유명 첼리스트 강사를 소개해주는 등 악사 나다니엘에게 기회를 주려 애쓰지만 나다니엘의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안정을 찾고, ‘베토벤처럼 살고 죽기’를 꿈꾸며, 자기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만 듣는 나다니엘에게 스티브의 호의는 오히려 구속일 뿐이다.
결국 영화는 누가 누구를 변화시킨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얘기한다.
쇼핑용 수레에 잡다한 물건을 싣고 다니는 나다니엘은 당장 지닐 수 있는 만큼만 가지고 된다고 말한다. 정신분열의 훼방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려주는 이 말은 스티브에게, 관객에게 전하는 인생의 조언이다. 스티브는 나다니엘의 행복론에 기꺼이 동의할 때 뜻밖에 과욕으로 고통받던 자신에게서 벗어나게 된다.
“난 내 스스로의 삶을 살아”라며 접근을 불허하는 나다니엘과 삐걱거리면서 스티브는 그들 둘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다면 결론은? ‘누구를 변화시킨다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친구가 되어주는 것 뿐’이란 거다. 영화는 이 소박한 결론을 클래식 음악을 곁들여 담담하게 빚어냈다.
베토벤의 ‘영웅’과 ‘합창’, 바흐의 무반부 첼로 조곡까지 재편곡된 클래식 명곡들을 들을 수 있다. 에사 메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LA필하모닉의 연주장면은 클래식 팬들을 위한 선물.
LA타임즈에 연재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실화를,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조 라이트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 ‘레이’에서 레이 찰스 역을 연기한 배우이자 가수 제이미 폭스가 나다니엘을,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스티브를 맡았다./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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