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노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일부 아파트는 제대로 된 치안 인프라가 없어 범죄에 노출될 우려를 안고 있다.
18일 오후 찾은 중구 목동의 A 아파트와 서구 월평동의 B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두 곳의 놀이터 모두 하교 시간과 맞물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자유로이 뛰어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놀이터에 보낸 부모들의 심정은 달랐다.
A 아파트의 경우 TV를 통해 CCTV화면이 고스란히 전달돼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부모들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놀이터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등에도 안전예방을 위한 CCTV가 설치돼 있고 관리사무소에서도 아이들을 관찰해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 수월하다.
주부 차모(34)씨는 “저녁식사 준비 등으로 놀이터에 아이들과 함께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집에서 TV를 통해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고, 관리사무소에서도 감시해줘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반면 B 아파트의 경우, 일부 주차장을 제외한 어디에도 CCTV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놀이터에 나가 놀지 말라고 하는 것이 이곳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학부모들의 유일한 대책이지만 이를 아이들이 제대로 들을 리 없다. CCTV설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없는 주민들이 설치·관리비 등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단지의 경우 학부모들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 있어 사실상 놀이터에서의 아이들 관리는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입주자 김모(38)씨는 “아동범죄가 놀이터를 중심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해 일하는 중에 아이에게 전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놀이터로 나가 놀지 말라고 해도 듣지 않고 CCTV 역시 반대주민이 많아 설치가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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