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한국정치정보학회장 |
그러나 세종시 수정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수정되는 세종시에 대한 여러 가지 설들이 나돌고 있다. 세종시 수정의 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행정의 효율성 문제이고, 그 예로 독일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리고 정 총리의 구상에서 나온 것인 듯한데, 독일의 드레스덴시의 모델을 가지고 세종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 총리는 얼마 전 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독일 전 총리인 슈뢰더를 초청하여 그 정당성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와 우리의 세종시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인지가 궁금하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까지도 서독의 기본법상 수도는 베를린이었으며, 본은 임시수도였다는 점을 아마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통일 이후 독일은 당연히 베를린으로 수도를 다시 찾아야 했고, 본은 행정도시의 기능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정 총리가 모델로 삼는 독일의 드레스덴은 작센주의 주도로서 8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도시다. 다시 말하면 오래전부터 행정과 정치의 중심도시라는 점이다. 또한 산과 들, 논과 밭을 없애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세종시와는 우선 출발부터 다르다는 점을 아마도 정 총리는 모르는 것 같다. 드레스덴시는 이미 인구가 확보되어 있으며, 옛동독시절 낙후되고 발전하지 못한 도시를 통일 이후 주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타의 독일 도시가 거의 비슷하게 과학, 첨단산업, 의료, 대학 및 연구소를 유치하였고 그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정 총리는 세종시를 왜 건설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세종시가 지닌 미래비전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듯하다. 그냥 단순히 세종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에서 시작해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결정에 따라서 급조된 정치권 야합의 산물로만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지 그냥 땜질식으로 세종시에 대한 명분만을 지켜주면서 충청민에게 그야말로 섭섭하지 않게 `수표를 손에 쥐여주는 식'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세종시를 단순히 현재의 몇 푼 안 되는 경제적인 득실로만 생각해서 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주는 몇 푼짜리 수표를 손에 쥐고 세종시의 목표와 원칙을 버릴 수 있을 만큼 충청민들이 무식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자존심을 생각하고 하는 발상이고 또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누가 더 무식한가? 법에 따라서 행정을 해야 함에도 법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구상을 내놓으면서, 그것도 우리와는 출발점부터 다른 사례를 가지고 정당성을 찾고 모델로 삼으려고 의도하는 것이 무식한 것인지, 아니면 그 원칙을 지키면서 특별법 취지에 따라서 국가의 균형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무식한 것인지 정말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세종시 건설에 대한 논의는 감정에 따라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원칙과 원리에 따라서 말 그대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건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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