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오 배재대 인문대학장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정책입안과정의 석연치 않음에서다. 대선주요공약에도 없던 것을 캠페인을 하듯 갑자기 시행한다고 하니 출범 초기 영어몰입정책처럼 즉흥적 설익은 구상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안의 동기가 무엇이었든 정책의 방향은 옳은 것이니 성공을 바라는 것은 국민 다수의 당연한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가 가져올 효과를 크게 둘만 든다면 첫째는 차를 대신하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의 효과이고 둘째는 건강을 위한 레저 스포츠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효용가치를 감안하여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역시 위와 같은 순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전거 대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중국, 유럽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전거를 주로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현실도 이를 말해 준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4대강을 따라 자전거 길을 낸다든가 전국일주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은 우선순위에서 잘못된 결정이 아닌가 보여 지기도 한다. 먼저 통학, 장보기, 출퇴근용으로 정착시키고 그 뒤에 야외 레저 스포츠용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른 순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앞 다투어 시행하고 있는 자전거에 관한 시책도 면밀한 연구 검토 없이 실시된다면 예산낭비와 전시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도 가운데에 줄만 긋고 색깔만 다르게 칠한다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필자는 자전거를 탈 때마다 자전거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공무원들이 과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일까 하는 의문을 느낀다. 인도 위의 자전거도로는 발이 편해 통상 보행자가 걷는 길이고, 보행자를 피해 요리 조리 힘겹게 가다 보면 각종 광고판, 불법주차차량, 노점상의 수레 등 온갖 장애물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길을 건널 때는 턱이 높아 바퀴에 부딪히는 충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도시는 언덕도 많아 가끔 땀깨나 흘려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전거 이용자들이 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자전거 정책을 펴는 사람들이 진정 정책의 성공을 원한다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 봐야 한다. 그리고 자전거 선진국에 가서 그 많은 사람들이 왜 차 대신에 자전거에 의존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본에 가면 장애물 없이 깨끗이 정돈된 자전거 길과 그 위를 편안하게 오가는 많은 주부들, 학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역 입구나 공공건물 앞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 수많은 자전거들도. 중국에 가면 땅 큰 대국답게 차도와 녹지로 분리된 넓은 자전거전용도로를 메우고 달리는 자전거인파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비오는 날에도 자전거용 우비를 입고 타는 마니아들이다. 스웨덴에 가면 자전거도로에 보행자가 얼씬거리면 가차 없이 소리를 질러 쫓아내는 자전거주행권 수호주의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남의 권리를 존중하는 대신 나의 권리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 발상지의 후예다운 자전거족이다.
자전거 타기 운동은 도로의 문화와 관습을 바꾸는 일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지 못한다면 성공은 바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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