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가을 소식에 대하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중겸]가을 소식에 대하여

[시론]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1-19 21면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좀체 궂은 말씀 없는 작은 고모님. 집사람에게 몇 차례 전화 주셨단다. 자주 어머니가 꿈에 나타난다고 하셨단다. 별일 없냐. 산소에 가 봤냐고 물으셨단다.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선산은 그대로다. 일상도 여전하다. 그래도 그 얘기 듣고 나니 찜찜했다. 법정 스님 계신 곳에서 공양 올렸다. 웬 일인가. 기차 타고 오가며 상념 한 가지에 붙들렸다.

녀석 형이 절 근처에서 과수원 한다던데. 고향 떠나 왜 거기까지 왔을까. 인생유전. 나도 태어난 곳에서는 잠깐 살았잖아. 객지만 전전하지 않았냐. 줄곧 쫑구 생각에 매달렸다.

근황이나 물어보리라 했다. 그러면서도 흘려보낸 며칠. 어느 날 현관문 열자 눈에 들어온 사과상자. 그래서 그랬구나. 쫑구 생각에 사로잡힌 이유가 확연해졌다. 쫑구가 보내는 쫑구 형이 수확한 과일 때문이었다.

남주 군은 요즘 어찌 지내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은 되었나. 연애는 잘 되어가고 있는지 문득문득 상기됐다. 참 이상도 하지. 그러던 차에 이메일이 왔다. 석좌교수 시절에 강의 듣던 학생이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너무 오랜만에 안부 여쭙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그 동안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학교를 사직했습니다.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해도 정직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그만두었습니다.

다른 일자리 얻으려고 석 달을 돌아다녔습니다. 현재는 작은 통신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공과 다른 분야라서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경험 쌓는다는 각오로 다니는 중입니다.

앞으로 적성에 맞는 일거리를 구하려고 합니다. 제가 닦아놓은 실력이 부족하여 어려움은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님께 당당히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셨던 연애입니다. 교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좋은 직장 찾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겨울 향해 깊어가는 가을 날씨입니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라오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 젊은이가 언제 안착할까. 제게 맞는 직업 구해야 하는데. 서로 사랑하는 둘이 보금자리 꾸며야 하는데. 세상은 외면하는가. 아니지. 고민 속에서도 열심히 살려는 모습 보인다. 보답 오겠지. 빨리 실현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가 하면 반가운 내용도 당도. 젊은 여성. 미모에 역량도 구비한 재원. 하는 일이 맞지 않았나. 찌푸리고 살았다. 아름다운 얼굴을 왜 그리 만들고 지내는가. 안타까웠다.

서울생활 정리. 시골로 내려간다고 인사하러 왔다. 잘 하셨네. 길고 긴 인생.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야지. 강요된 삶을 살 건 아니지. 내 인생 내가 경영 한다 아니겠는가. 그리 말하며 축원했었다.

한 이년 됐는가. 붉은 감과 함께 명함이 왔다. 남녘 지방방송국의 피디. 금색 메모지에 찬찬히 적은 글.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여 갑니다. 그럴수록 사랑과 은혜에 대한 감사가 깊어만 갑니다. 늘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아, 자리 잡았구나. 기실 걱정했었다. 다들 서울로 올라오는 판이다. 거꾸로 내려간다. 행여 현실도피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행이다. 그곳에서 제 인생 찾았구나. 마음도 정착. 축복의 글 내야겠다.

가을은 상실을 가져오는가. 아니면 그 흔적 복원해 주는 특효약인가. 오는 소식 읽다보면 단연 치유다. 흔들렸고 넘어졌고 상처 입었던 영혼들. 그 무거움을 짐처럼 지니고 살던 사람들. 이제 나아가고 있다는 해피한 뉴스 전해오는 나날이다.

다시 사랑으로 일어서는 계절이다. 나도 좋은 얘기 보내야겠다. 바로 지금. 뭘? 마음이야. 그저 그냥 사랑하는 내 심정이야. 오직 그대 생각하는 일상의 진정 보내련다. 당신 또한 나를 더 사랑하리리 시 한 수 크게 외치며 사랑한다 한다.

산비둘기 두 마리가 정겨운 마음으로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장 콕토의 산비둘기다. 추신 눈 오는 날 만나자고 꼭 곁들여 보낸다. 마음도주 사랑인멸이 있겠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