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녀석 형이 절 근처에서 과수원 한다던데. 고향 떠나 왜 거기까지 왔을까. 인생유전. 나도 태어난 곳에서는 잠깐 살았잖아. 객지만 전전하지 않았냐. 줄곧 쫑구 생각에 매달렸다.
근황이나 물어보리라 했다. 그러면서도 흘려보낸 며칠. 어느 날 현관문 열자 눈에 들어온 사과상자. 그래서 그랬구나. 쫑구 생각에 사로잡힌 이유가 확연해졌다. 쫑구가 보내는 쫑구 형이 수확한 과일 때문이었다.
남주 군은 요즘 어찌 지내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은 되었나. 연애는 잘 되어가고 있는지 문득문득 상기됐다. 참 이상도 하지. 그러던 차에 이메일이 왔다. 석좌교수 시절에 강의 듣던 학생이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너무 오랜만에 안부 여쭙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그 동안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학교를 사직했습니다.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해도 정직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그만두었습니다.
다른 일자리 얻으려고 석 달을 돌아다녔습니다. 현재는 작은 통신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공과 다른 분야라서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경험 쌓는다는 각오로 다니는 중입니다.
앞으로 적성에 맞는 일거리를 구하려고 합니다. 제가 닦아놓은 실력이 부족하여 어려움은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님께 당당히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셨던 연애입니다. 교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좋은 직장 찾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겨울 향해 깊어가는 가을 날씨입니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라오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 젊은이가 언제 안착할까. 제게 맞는 직업 구해야 하는데. 서로 사랑하는 둘이 보금자리 꾸며야 하는데. 세상은 외면하는가. 아니지. 고민 속에서도 열심히 살려는 모습 보인다. 보답 오겠지. 빨리 실현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가 하면 반가운 내용도 당도. 젊은 여성. 미모에 역량도 구비한 재원. 하는 일이 맞지 않았나. 찌푸리고 살았다. 아름다운 얼굴을 왜 그리 만들고 지내는가. 안타까웠다.
서울생활 정리. 시골로 내려간다고 인사하러 왔다. 잘 하셨네. 길고 긴 인생.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야지. 강요된 삶을 살 건 아니지. 내 인생 내가 경영 한다 아니겠는가. 그리 말하며 축원했었다.
한 이년 됐는가. 붉은 감과 함께 명함이 왔다. 남녘 지방방송국의 피디. 금색 메모지에 찬찬히 적은 글.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여 갑니다. 그럴수록 사랑과 은혜에 대한 감사가 깊어만 갑니다. 늘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아, 자리 잡았구나. 기실 걱정했었다. 다들 서울로 올라오는 판이다. 거꾸로 내려간다. 행여 현실도피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행이다. 그곳에서 제 인생 찾았구나. 마음도 정착. 축복의 글 내야겠다.
가을은 상실을 가져오는가. 아니면 그 흔적 복원해 주는 특효약인가. 오는 소식 읽다보면 단연 치유다. 흔들렸고 넘어졌고 상처 입었던 영혼들. 그 무거움을 짐처럼 지니고 살던 사람들. 이제 나아가고 있다는 해피한 뉴스 전해오는 나날이다.
다시 사랑으로 일어서는 계절이다. 나도 좋은 얘기 보내야겠다. 바로 지금. 뭘? 마음이야. 그저 그냥 사랑하는 내 심정이야. 오직 그대 생각하는 일상의 진정 보내련다. 당신 또한 나를 더 사랑하리리 시 한 수 크게 외치며 사랑한다 한다.
산비둘기 두 마리가 정겨운 마음으로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장 콕토의 산비둘기다. 추신 눈 오는 날 만나자고 꼭 곁들여 보낸다. 마음도주 사랑인멸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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