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영 대전 어은중 교감 |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대전시교육청 대강당에서 고등학생들의 독서 토론 대회가 있었다. 사전에 제시된 톨스토이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김동인의광화사 등 5권의 책을 읽고 `공동체 유지를 위해 예술의 도덕적 경계를 설정해야 하는가?'라는 주제 아래, 찬성과 반대로 편을 갈라 토론하는 대회였다. 예선을 통과한 6개 고등학교의 독서 토론 동아리 회원들이,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한 창의적인 해석으로, 한 치의 물러섬이나 망설임도 없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열띤 공방을 펼치면서 토론을 이어 나갔다. 나는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참신한 주장들을 경청하면서 내심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대학 입시 공부에 짓눌려, 무슨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여겨졌던, 저 아이들의 어디에 저런 열정과 예리한 지성이 숨어 자라고 있었을까. 평가하는 입장에서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물론 핵심을 비켜가는 주장도 더러 있어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바른 토론을 경험한 저런 학생들이 자라서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 각각의 토론장에서는 물론이고, 토론 문화의 대표적인 불모지로 종종 국내외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었던 국회의사당에서도, 고성과 난투극이 사라지고 국익을 위한 진정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큰 기대감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독서 토론 동아리 활동이 대회 참가를 위해 존재하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이고 창의적으로 발전하여, 토론 문화의 장을 새롭고 튼튼하게 가꾸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2. 두 분의 강사 선생님
우리 학교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3일 간 휴업을 했는데, 학생 환자는 줄어든 반면 에 날마다 학생들의 체온을 쟀던 선생님들 중 두 분이 감염 되어 병가를 내게 됨으로써, 부득이 해당 과목의 강사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시간 강사의 보수는 시간당 1만6000원으로, 좀 적은 편이어서 그런지 선뜻 응낙하는 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긴 그래서 나도 시간 강사를 맡아 달라고 부탁드리기가 미안하고,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이 번 K, Y 두 선생님께서 흔쾌히 응해 주셔서 3~4일 간 수업을 맡아 주셨고, 끝나는 날 자기를 불러 주어서 고맙다고 여러 번 진심어린 인사를 하고 가셨다. 아마도 30대 중, 초반인 두 선생님께는 일자리를 갖는다는 게 그만큼 절실했던 것 같다.
특히 막 30살이 된 Y 선생님. 금년까지 임용고사에 다섯 번 도전을 했고, 작년에는 1차 시험에서 한 문제를 놓쳐 실패했는데, 그 충격으로 상당 기간을 방황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자기에게는 돈을 버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안쓰러움에 가슴이 찡하고 먹먹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두 강사 선생님과 같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 직업을 갈구하는 처지의 젊은이들이 무수히 많다.
쌀쌀해지는 날씨, 우리의 마음도 움츠러들 때다. 부디 실업의 늪에서 고통 받는 저 젊은이들에게 다만 얼마 동안이라도 따뜻한 일자리가 마련되어서, 이 겨울을 춥지 않게 나고, 희망의 새봄을 함께 맞을 수 있기를, 아울러Y 선생님이 임용고사에 꼭 합격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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