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의료진에 대한 신종플루 백신 예방 접종이 모두 끝났다. 표면적으론 대전에 있는 거점 병원 의료진은 십중팔구 백신 접종을 마쳤다.
문제는 쓰고 남은 백신에 대한 관리 부분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집단별로 백신을 공급하고 수급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접종 신청과 실제 접종 실적을 온라인으로 보고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만 있을 뿐 재고량 처리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공문 등이 일선 의료현장에 내려오지 않아 재고량 관리에 혼선을 빚고 있다.
1110명분의 백신을 공급받고 1062명분을 소진한 대전 A 거점병원 48명분의 재고가 남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애초 쓰고 남은 백신은 (며칠이 지나면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폐기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러나 며칠 뒤 보건소가 일단 남은 양은 보유하고 있으라는 말을 해 아직 병원 내에 보관 중”이라며 헷갈려 했다.
제때 재고량을 입력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시시각각 재고량 파악이 불가능하다. B거점병원은 1270명분을 배정받아 100% 소진했으나 정부 보고 시스템에 이같은 상황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며칠 뒤에 보고했다.
C거점병원은 2120명분 백신을 확보해 2050명에 대한 접종을 한뒤 질병관리본부에 나머지 백신을 넘겨줬다.
이처럼 기관별로 재고 백신에 대한 처리 방법이 제각각이어서 정부는 현재까지 정확한 재고량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 관계자는 “남은 백신은 수거하는 게 원칙으로 기관마다 온라인 상에 입력 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재고량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통해 쓰고남은 백신을 앞으로 이어질 일반인 접종 등에 적기 투입해야 함에도 정부가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국회보건복지위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정확한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정확히 파악돼야 다른 접종에 대비해 물량을 순환시킬 수 있는데 재고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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