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키 작은 남성에 대한 루저발언은 차별성 발언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시 재현된 누리꾼들의 공격적인 비난과 이른바 `신상털기'라 불리는 디지털 마녀사냥은 우리 인터넷 문화수준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인터넷은 접근의 용이성과 실시간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정보의 재생산성이 매우 뛰어난 매체다. 이러한 장점이 악용될 때 그 위험성과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실례로 지난 2005년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용변을 치우지 않고 내린 여성의 얼굴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그녀에 대한 비난 여론은 사회현상으로 소개될 만큼 엄청났다. 소위 `개똥녀'라 불리는 이 여성을 풍자한 게시물과 개인신상정보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불과 두 달 전 유명 연예인의 데뷔 전 한국비하 발언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이 질타를 받아 팀을 탈퇴하는 사건까지 있었던 터라 지금 우리 인터넷의 순기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특정사안을 논의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활동은 매우 장려할 만하다. 하지만 문제의식 없이 재미삼아 하는 비난과 무분별한 신상공개는 개인의 명예와 존엄을 해칠 수 있는 범죄행위다.
특히 대다수 누리꾼은 익명이 보장되어 있어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존엄을 해하지 않는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지금 우리 인터넷은 매우 자유로운 공간이다. 사생활 침해도 자유롭고 사이버 범죄도 자유롭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이 성숙한 인터넷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김정환·505 전투경찰대 경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