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 논란을 주도하고 있으며 IMF도 이에 가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대금을 결제할 때 미 달러화를 배제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하니 가히 `미 달러화의 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축통화란 국제 상거래나 금융거래에서 주로 통용되는 통화를 말한다.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국가의 통화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 달러화가 현재까지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미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유로권의 통합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규모 급성장 등으로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미 달러화 가치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비롯돼 세계적으로 확산돼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역시 크게 훼손됐다.
물론 미 달러화가 단기간 내에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우선 기축통화로서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력 뿐만이 아니라 정치·군사력 측면도 매우 중요한데, 미국을 대신할 만한 나라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신력을 갖춘 IMF가 발행하는 특별인출권(SDR)이 일부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기축통화로 쓰기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가 미미하고 이를 둘러싼 각국의 정치경제적인 이해차도 너무 크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기축통화 논란은 그 자체로도 경제의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국제통화체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김용구 한은 대전충남본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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