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2대째 점집을 운영하는 무속인 태랑은 스물여덟 전에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 액운을 피하는 사주. 어느 날 접촉사고를 낸 태랑은 첫사랑 호준과 사주가 점지한 남자 승원을 동시에 만난다. 운명의 남자, 승원은 둘도 없는 찌질남. 태랑은 가진 것 없고 되는 일 없는 승원을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튕길 줄은 아는, 밥맛없는 이 남자가 내 운명의 남자라니. 운명을 따르자니 한심스럽고, 운명을 거스르자니 타고난 액운이 겁난다. ‘청담보살’은 운명적 사랑을 웃음으로 버무린 로맨틱 코미디물.
웃음의 포인트는 ‘어긋남’에서 나온다. 족집게 보살도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어긋남.
그녀의 운명의 남자, ‘1978년 5월16일 밤 11시 생’은 지독한 찌질남이다.
그럼에도 예쁘고 돈 잘 버는 보살이 이 찌질남에게 굽신거리기까지 하면서 연을 맺으려 하는 것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운명을 피하려 만났던 다른 남자들이 기이한 화를 입었던 탓에 액운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 억지로 맺어져야만 하는 상황. 그 어긋남의 소동이 웃음을 준다.
하지만 캐릭터는 꽤 익숙하다. 콧소리에 애교 만점인 박예진은 TV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의 ‘예진아씨’ 그대로다. 임창정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양아치 백수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해 보여준다.
이 둘을 빼고는 딱히 재밌는 구석이 없다. 기발한 발상도 뒤집어지는 반전도 없다. 웃음이면 웃음, 감동이면 감동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출발점에 맴돌기만 한다.
옹기종기 항상 모여 있는 주인공의 친구들은 무색무취한 들러리로 머물고, 에피소드는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따로 논다. 박미선 현영 등 인기 연예인들의 반복되는 카메오 연기는 헛헛한 웃음만 자아낸다.
자칫 메마를 뻔한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건 임창정이다. 임창정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톤의 연기를 펼쳐 영화에 윤기를 뿌려놓는다.
영험한 신기를 딸에게 물려주고 정신줄을 놓은 김수미의 연기는 웃음에 관한한 주연급이다. 웃기지 않는 코미디가 될 뻔한 영화를 확실한 코미디 영화임을 알린 일등공신이다.
영화의 결론. 사람마다 운명은 있지만 진정한 사랑은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는 것. 뻔하고 착한 메시지다./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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