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북과 충남ㆍ북, 대전 등 4개 시ㆍ도가 맞닿아 있는 금강 유역에서도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 됐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용담댐의 물을 충남권에 공급하기 위한 광역상수도 공급사업을 추진하면서 용담댐이 자리한 전북 진안군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 것.
전북도민에게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용담댐 물을 충남으로 공급하는 것은 댐 건설의 당초 목적에 어긋난다는 것이 진안군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 충남권 용수공급 추진, 진안군 반대 부딪혀
한국수자원공사가 `금산·무주권 광역상수도 사업'을 통해 금산과 무주군 일원으로 일일 3만 4000㎥의 용담댐 물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 발단이었다.
▲ 올해초 겨울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 용담호. |
군 의회까지 나서 전북도와 6개 시·군이 용수 배분율에 따라 368억원에 달하는 수몰 이주민의 이주 정착금과 생활안정 지원금을 분담, 용담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배분계획에 참여하지 않고 아무런 분담도 하지 않은 채 뒷짐지고 있던 충남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것은 진안군민을 두 번 울리는 처사라며 힘을 보탰다.
또 여기에는 광역 상수도 사업이 완료될 경우 식수원 수질 보호를 명목으로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압력이 거세져 보다 많은 규제와 제약이 뒤따르고, 군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수반된 것이었다. 이 같은 진안군의 주장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용담댐 물의 충남권 공급 사업은 지난 2002년 전북과 충청권의 합의하에 수립된 용수배분계획량인 1일 75만㎥ 범위 내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당초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 사업은 진안군의 반대에 부딪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가량 착공 시기가 지연된 끝에 지난 4월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진안군과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진안군은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진안군 용담면 일대에는 충청권 용수 공급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김삼곤 진안군 용담댐 주변 담당은 “충청권 용수 공급에 반대하는 용담면 반대투쟁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군 전체의 원칙적인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용담댐 물은 축조 취지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 수공 “물은 공공자산” vs 전북 “댐 축조취지 어긋나”
사실 용담댐 물 배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씨앗은 지난 2000년 댐 건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담댐 물은 지난 1991년 수립된 기본계획 상의 용수배분 계획에 따라 전북권에 일일 135만㎥의 용수를 공급하고, 43만㎥의 물을 댐 하류로 방류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이 같은 계획은 곧 바로 용수 배분 문제를 둘러싼 전북과 충청권의 갈등으로 표면화됐다. 대청호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대전과 충남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하류의 유입량 감소로 인한 대청호 수질 악화를 우려하며 용수 배분 계획 조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대전·충남 지역에서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용수배분 조정을 요구하는 대책위가 구성됐고, 대전시의회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용담댐에 대한 담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에까지 이르렀다.
용수 배분 재조정 요구의 핵심 근거는 기본계획상에 반영된 전주권 인구 추계의 과다 산정이었다. 2021년 389만 명으로 상정된 전주권 인구 추계가 잘못된 것인 만큼 용수 배분계획 조정을 통해 하류에 안정적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 용담댐 전경 |
반면 전북도는 국가기본계획으로 결정고시된 용수배분 문제를 재논의 하는 것은 국가계획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나아가 용수 배분 문제가 충청권에는 환경 차원의 문제지만 전주권에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시점에서 대전과 충남ㆍ북, 전북 등 금강 유역의 4개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이 `금강수계물관리대책협의회'와 `공동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하면서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2002년 `용담댐 용수의 합리적 이용 및 배분'에 관한 용역이 진행됐고, 이해 당사자들이 이 용역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다. 당시 용역 결과는 기본계획 상에 389만 명으로 산정된 전주권 인구를 275만명으로 재산정하고, 이에 따른 전북권의 일일 용수 공급량을 32만㎥가량 줄여 댐하류로 방류하도록하는 내용이었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충청권 용수 공급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 용역을 기반으로 다시 세워진 용수배분 계획이다.
■ 물관리 체계 일원화·재활용 시스템 등 시급
용담댐 물 배분 문제를 둘러싼 이 갈등은 지금도 국내의 대표적 물 분쟁 사례인 동시에 합리적인 해결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물 분쟁 사례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사)물포럼코리아의 `우리나라 물 분쟁 사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물 분쟁 사례가 무려 58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진안군 용담면 일대에 금산ㆍ무주권 용수 공급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
전북지역에서 용담댐 물의 충청권 공급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만금 사업 등 전북지역의 추가 용수 공급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충청권 물 공급으로 인해 향후 용수 부족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향후에도 용담에서 물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러한 물 분쟁에 대한 근본적 처방을 주문한다. 물이 부족하면 수질 악화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가용 수자원이 더욱 줄어 들어 분쟁이 잦아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하게 제기되는 것이 물관리 체계의 일원화다. 우리나라의 현행 물관리 체계는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농림부 등 여러 부처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어 통합적 관리와 전체적인 수자원 현황에 대한 진단 및 처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댐을 늘려 짓는 등의 땜질식 처방보다 물의 재활용 시스템 등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은 “공공 자산인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물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물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댐을 짓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