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앙시장에 가면 수화물을 거둬가는 빨간 색 손수레를 만날 수 있다. 이 빨간 손수레를 끌고 비좁은 시장골목을 누비는 최유열(64·사진)씨는 퇴임 후 두 번째 직장도 우편과 택배를 상가에서 거둬가 우체국에 맡기는 일이다. 37년간 현역으로 집배원 생활을 하고 5년 더 중앙시장 우체부 아저씨로 통하는 최유열 씨를 만나 대전의 우편 역사를 들어봤다.
손님에게 택배로 상품을 보낼 상인들이 최 씨에게 연락해 택배를 부치는 형식이다. 최 씨를 만난 지 몇 분되지 않아 전화는 수십 통 오고 있었다.
최 씨는 지난 1967년 집배원을 시작해 지난 2005년 정년퇴임 한 고참 집배원이다. 퇴임 후 다시 시작한 일이 중앙시장에서 상인들이 보내는 택배를 모아 발송해주는 일이다.
최 씨는 “자식들 모두 독립했지만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웃음 지었다. 1967년 전북 익산에서 시작해 1975년 대전 동구 삼성동으로 옮겨와 우편배달을 해왔단다.
“1970년 처음 집배원 일을 시작했을 때는 동구 삼성동 일대를 담당해 걸어서 집집을 방문해 배송을 했습니다. 정확한 마을 지도도 없이 주소와 이름만 가지고 사람을 찾아야 했지요.”
최씨는 특히, 월남전쟁 당시 베트남에서 보내온 편지를 전해 줄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안부 편지는 전하는 발걸음도 가볍지만, 전쟁터에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주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
“당시는 군사우편도 집배원이 함께 돌렸어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할 때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또 손으로 눌러 쓴 연애편지도 부모 몰래 전해주는 추억도 있었단다. 자전거를 거쳐 오토바이를 통해 배달하는 동안 편지는 어차피 사람이 전해줘야 하는 만큼 일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그래도 받는 사람이 그 편지에 반가워하고 꼭 필요한 편지라는 생각으로 지난 40여 년간 배달 일을 해왔다.
최 씨는 어디 아픈 곳 없이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충고도 잊지 않았다.
“처음 입사했던 마음을 잊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집배원에 대한 시민들의 배려도 필요합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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