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수의 전통을 기반으로 20여년 넘게 수묵 산수화에 대한 연구를 펼쳐온 정황래 작가가 산수자연을 마주하며 그린 작품만을 모아 의미 있는 개인전을 마련했다.
지역의 명산은 물론 먼 타지를 직접 찾아 그곳의 자연을 화폭에 담은 이번 전시는 모든 작품이 묵의 농담만으로 그려진 수묵화로 은은한 먹의 향내가 짙게 배는 것이 특징이다.
좋은 배경을 위해 직접 산을 오른 탓에 화선지와 붓, 먹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되었던 것. 하지만 먹의 다양한 농담과 절제된 선, 그리고 여백은 아름다운 산수를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추운 겨울 지리산으로 사생을 떠났는데, 추운 날씨로 계곡물도, 손도 꽁꽁 얼었었다. 그래도 그림은 그려야 했기에 얼음을 깨 붓을 빨고, 얼음판을 물감 접시로 사용해야 했다.”
이번 전시는 현장 체험이 중요시된 만큼 그동안 작가가 직접 다녀온 사생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할 수 있다. 대상을 직접 보면서 현장에서 작업실을 꾸밈만큼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정 작가는“현장 체험이 가장 좋은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화폭에 담았다”며 “사생을 통해 그린 작품만을 모은 전시는 이번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 한국화의 또 다른 전개 가능성을 연구한 미술 문화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도자 타일, 실크스카프, 머그컵 작업 등이 그것. 생활용품에 한국화를 접목시켜 실용성을 높인 작품들도 20여점이 전시된다.
여기에 은박 산수화 한지조형 산수화 등 기존 산수화의 한계를 색다른 감각으로 표출해 낸 10여점의 작품들도 공개한다. 전시는 12일부터 오원화랑에서 열린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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