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듯하지 않은인생, 고마워요(박은기 외 32인 지음/수선재) |
주로 공통적으로 많은 내용의 핵심은 역시 가족이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와의 어린시절 추억과 미움, 고마운 주변사람들,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 등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들을 풀어내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내용을 고마움, 감사로 승화하여 결론으로 맺어진다.
이 책 내용 중에서 수많은 말보다 잘막한 시 형식으로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과 사랑을 표현한 내용이 있어 간략히 추려서 적어보면 아들 녀석이 깜빡 잊고 두고 간 도시락을 들고 이미 학교에 들어섰을지도 모르는 시간에 이것저것 재지 않고 냅다 뛰는 어미의 마음을 아들은 알 리가 없다.
내 새끼 배곯을까 백주대로에서 발견한 아들의 뒤통수에 대고 고래고래 이름을 부르며 도시락을 흔들어 대는 어미의 마음을 아들은 알 리가 없다.
동네방네 제 이름이 불린 것에 쪽팔려 하며 도시락을 가방에 쑤셔 넣기 바쁠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몇 번을 아들 녀석 바라보느라 뒤를 돌아보는 어미건만 한 번쯤도 돌아보지 않는 아들은 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아들 녀석 군대면회를 가던 날, 면회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PX까지 음료수를 사기 위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뛰어갔다 오느라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비의 사랑을 아들은 알리가 없다.
지금이야 학교급식으로 도시락을 싸는 일은 없지만 그 옛날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 추억과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또한 이 책의 단편 이야기 중에 대전 대흥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과 어린시절 빛바랜 아련한 추억으로 잠깐 여행을 갔다 오는 즐거움을 주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아득히 오랜 시절 추석이나, 설 때 다른 지역으로 명절을 보내러 갈 때에는 대흥동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빽빽이 들어찬 많은 사람들로 시외버스 안은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불편하였지만, 마음은 마냥 즐거웠던 어릴 적 추억으로 잠시 되돌아가 단편 단편의 옛 기억에 희미한 웃음을 떠올리는 보너스를 얻었다.
다시 책속으로 들어가 보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에게 고교입시시험을 앞두고 대흥동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제자를 만나 우족탕을 사주셨던 따뜻하고 훈훈한 선생님의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와, 지독히도 어려운 대학시절 꽁꽁 언 방안에서 혼자 앓고 있을 때 같은 과 친구가 찾아와 건네준 눈물의 3단 찬합도시락 등 어려운 시기에 가슴을 울려준 추억속의 고마운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쓰여 졌다.
흰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 교정에서 초등학교 어린 제자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어주는 부서진 초코파이를 건네받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와 초등학교 어린시절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끓여주신 추억의 된장찌개 밥상 등 따뜻한 슬픔과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감동의 내용들이 고마움으로, 나아가 상처마저도 감사로 순화되는 내용들로 이루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 글쓴이 개개인의 평범한 일화 속에서 꾸미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들로 타인에 대한 배려, 용서, 사랑하는 법, 고마움 등을 만날 수 있어, 이 가을에 한번쯤 타인의 인생이야기 속으로 잠시 빠져들어 공감하는 느낌도 괜찮으리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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