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에 마련된 금연구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이들이 아파트 놀이터 등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목골절상을 당해 2주간 병실에 갇혀 있었던 A(여·53)씨는 외출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병실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사연을 전해왔다. A씨는 지난 주말, 수술 후 모처럼만에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됐다.
그러나 A씨에게 병원 문밖에서 잠깐이나마 햇볕을 쬘 수 있는 여유는 허용되지 않았다. 환자 휴식장소엔 버젓이 흡연자들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9일 찾은 A씨가 입원한 서구의 모 종합병원은 병원 문밖 좌·우 칸에 의자 등을 마련해 환자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금연구역'이라는 커다란 문구도 걸려 있다.
하지만 이 곳을 환자들은, 정확히 말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환자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금연구역이 흡연환자나 외래객들에 점유된 체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라 그렇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야 할 아파트 놀이터 역시 담배연기 공습을 피하기는 어렵다. 집안 대부분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해, 흡연자들에게 끽연하는 곳은 놀이터가 최적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병원 등 법으로 제정된 공공기관이나 의료기관은 관리의 어려움으로, 놀이터 등은 국회에 의안이 부쳐졌지만, 아직 법으로 제정돼 있지조차 않았다는 데 문제는 계속된다. 금연구역 지정은 보건소 등에서, 단속은 경찰에서 이뤄지는 등 이원화돼 있어, 경찰이 현장에서 보지 못하는 이상 흡연자들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건물주나 자치단체·보건소 등에게도 단속권을 주는 등 적어도 공공장소에서는 강력한 제재가 따라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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