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
지난 1993년 한국화학연구원의 오세화 박사가 대덕연구단지 소재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모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를 만들어 여성과학기술인들 간의 네트워킹을 시작했다. 남성 연구원들 사이에서 묵묵히 일하는 여성연구원들 끼리 서로 어려움을 나누며 돕는 모임으로 발전되어 1995년 9월 정식으로 과학기술부 산하 공익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그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성 과학기술인들을 위해 `대덕연구단지 어린이집'을 만들었고,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앞장섰으며, 법을 근거로 `전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여성 과학자들을 위한 채용목표제(2001년), 여성과학기술담당관제(2005년), 승진목표제(2006년) 등의 제도가 시행된 것도 대표적 성과다. 대덕연구단지의 여성 연구원들이 마음 놓고 자녀를 키우면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유아 어린이집 추진에 기여하여 `신성사이언스 어린이 집'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선배 여성 과학자들의 노력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정부, 특히 과학기술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제도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성과학기술인 채용목표제'가 도입됐고, 2003년 18%에서 2007년 24.6%로 여성 과학기술인 신규채용 비율이 증대됐다. 그러나 여성 과학기술인 재직 비율은 2003년 10%에서 2007년 13%로 3%포인트만 소폭 증가했고, 상위 직급 재직비율은 3.2%에서 4.5%로 1.3%포인트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공계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고 이공계 출신들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력의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차세대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을 위해 초·중등학교에 일일과학교사 특강을 통해 `어렵지 않은 과학, 생활 속의 과학'을 전파해 왔고, 특히 여학생들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과학기술인재의 양성에도 애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선 세계적으로도 앞서가는 정책이라고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던 여성 정책이 현 정부 들어서는 관심이 많이 줄어들고 기존 제도에 대한 시행률도 줄어들고 있어 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 및 성과가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으로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직장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동반자로서 인정하고 남녀가 함께 성장, 발전해 나가야할 것이다. 21세기는 여성, 감성, 상상력의 시대라 하지 않는가. 눈에 보이는 결과로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세계 무대에서 양궁, 골프, 스케이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는 여성들끼리의 경쟁이며 부모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과 본인의 노력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는 여성들만의 경쟁이 아니다. 사회나 정부, 그리고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여성이 3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다가올 미래에는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한 한국 여성들이 노벨상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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