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주남 대전시의회 총무담당관 |
한겨울 신문지면에 단골 보도되는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필자도 해본 기억이 난다. 추운 겨울에 따뜻함을 배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듦은 금세 사라지고, 보람이 더욱 크게 느껴졌던 활동이었다. 70~80년대 연탄가스 중독이라는 공포의 대상이 된 채 점차 사라진 연탄이 몇 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 덕분이기도 하고, 아직도 팍팍한 살림의 그늘에 있는 서민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세대야 연탄하면 뭉클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목조교실에서 조개탄 난로에 도시락을 데워먹던 시절, 웃풍 사나운 온돌방에서 연탄불에 구워진 고구마 가래떡에 흐뭇하던 시절, 가난하지만 훈훈한 정이 오갔던 그 시절을 추억한다. 그러나, 21세기 연탄은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나빠졌다는 반증일 뿐이다.
그 반증 속에 시커먼 연탄은 나름의 훈훈한 미덕을 묵묵히 간직하고 있다. 그 미덕은 겨울 텃밭 풍경과 닮아있다. 먹을 것 없는 새들이 날아와 먹으라고 털지 않은 고욤이 눈 내린 텃밭에 듬성듬성 떨어져 있으면 마치 텃밭은 누군가 봉송으로 돌린 백설기 한 켜 같다. 겨울새들을 훈훈하게 녹여주는 검고 쪼글쪼글한 고욤처럼 연탄은 그렇게 추운 이웃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는 것이다.
히터 빵빵하게 나오는 집에 있거나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바깥 추위에 누군가 떨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세상에 고마워할 일이 이렇게 많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마저 깨닫게 된다.
검은 연탄은 온기의 소중함을 조용히 일러준다. 몸의 온기뿐 아니라 마음의 따스함이 이 추운 겨울에 얼마나 필요한지까지도. 소외된 이웃을 향해 손을 내밀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이 있다 해도 실천은 멀고 어렵게만 보인다. 그러나 남을 돕는 문턱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순수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대전광역시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가족단위 자원봉사자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한마음 봉사단'을 모집해 이·미용봉사, 의료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우수 자원봉사자 표창, 자원봉사 마일리지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채로운 행사들도 마련돼 있다.
지난 가을, 우리 시의회에서도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아 각 위원회별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 방문하여 각종 맞춤형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한 바 있다. 매년 겨울이면 시의원과 직원들이 동참한 가운데, 작은 봉사를 실천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원봉사에 대한 반응과 태도는 소극적이고 실천하기보다는 말이 앞서는 경우가 많아 아쉬울 때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베푸는 `검은 연탄'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본다면, 좀더 적극적인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열심히 일하고 달려온 소띠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힘겹게 달려온 지난 한해, 연말에는 송년회다 동창회다 해서 한해를 결산하는 모임들이 잇따라 마음도 몸도 바삐 뛰어야 할 것이다.
올해에는 그런 바쁜 일정은 뒤로하고, 우리 모두가 `검은 연탄'이 되어,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꼭 필요한 곳에 따뜻한 온정을 베풀면서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한해를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해 한 해 검은 연탄의 따뜻한 온정이 우리 사회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어주면서, 남은 인생여정을 더욱 훈훈하게 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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