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헌준 대전보건대학 교수 |
첫째, 외곽도로가 아닌 도심의 도로에 설치된 ‘녹지형 중앙분리대’는 부분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신설도로가 아닌 기존도로를 파헤쳐 설치하는 것은 분명한 중복투자다. 또 차량정체가 심한 도심의 안전지대 잠식은 비상시의 위기대응 능력을 원천봉쇄한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잎새의 흔들림에 의한 난반사, 시설물이 주는 압박감, 불의의 끼어들기 등에 대처할 피난공간이 없다는 불안감 등으로 집중력이 분산된다.
얼마 전 KBS 9시뉴스에서 “대전시와 대덕구 등의 무리한 나무심기와 관리부실로 심은 나무 중 절반이 두 달 만에 죽었다”는 보도를 보면 식재의 적기성과 관리의 적절성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지적을 고려해 앞으로 기존도로에 녹지형 분리대를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외곽지역도 도시계획의 변경이나 재정비사업 등으로 인한 철거가능성에 대비해 사업시행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적기 식재와 적절한 관리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 예산의 과용과 편중이다.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나무심기 사업에 1800억 원이 투입 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국비와 시비, 구비를 포함한 액수지만 대전의 예산규모로 볼 때 너무 많다. 더구나 재정이 열악한 5개 구청이 올해 관련예산을 대폭 증액 편성한 것은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녹지형 중앙분리대 조성에 2007년부터 금년까지 3년간 70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자됐다고 하는데 이는 더욱 필요한 어린이공원 18개소를 조성할 수 있는 돈으로 세금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는 3천만그루라는 목표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나도 시민들이 충분히 양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민들은 국책사업의 유치 등으로 대전의 성장동력이 확보되고 경제, 문화, 복지 등 각 부문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3천만그루 옮겨심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지금 대전의 녹지형 분리대, 한밭수목원, 정부청사 도시 숲, 시청 남문광장 등에 심어진 나무는 대부분 ‘여기서 캐서 저기다 옮겨 심은’ 것이다.
이미 큰 나무보다는 묘목을 심는 것이 경비도 절감되고 실질적인 녹지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원조성 등에 100% 묘목만 심을 수는 없겠지만 제로섬게임은 곤란하다. 외지의 것이 많다고 할지 모르나 결국 한국의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요, 대전 경제력의 외지유출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나무심기는 묘목이나 어린나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나무는 30년 농사다. 가시적 성과를 위한 나무심기는 조급증의 표현일 뿐 진정한 나무심기는 아니다.
필자는 나무심기 사업 자체를 적극 찬동한다. 그러나 도로에 심어진 분재 같은 나무들, 아파트 바깥을 둘러싼 쌈지공원의 나무들과 벚나무가로수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보도의 한가운데에 심어진 가냘픈 나무들을 보면서 진정한 나무심기는 나무를 많이 심으려는 집착이 아니라 ‘나무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은 필자만의 소심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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