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호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장 |
하지만 9월부터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1,1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로 인하여 그동안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수출업체에게는 또다시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필자가 만난 대전의 한 수출업체 대표는 고환율로 뜻하지 않은 환차익이 발생하자 바이어에게 자진하여 단가를 낮추어 주었는데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단가를 제자리로 돌리려고 시도하였지만 바이어의 반발로 속만 태우고 있다.
늘어난 무역흑자액만큼 외환보유고도 늘어나 10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642억달러이며 연말이 되면 2,700억달러를 초과할 것이라 한다. 경제위기 발생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비록 세계 6위를 자랑하지만 우리의 외환시장은 조그마한 충격에도 급등락을 거듭하는, 이른바 냄비시장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적정 규모의 외환보유고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3개월 경상지급액 ▲단기외채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 및 채권 투자액의 30%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2,700억달러 정도면 급박한 경제위기상황이 생기더라도 교역과 채무상환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환보유 규모보다는 시장의 신뢰확보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외환보유액이 많더라도 국제적 신뢰가 무너진다면 부존자원 부족으로 내수시장이 취약한 우리에게 또다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석유 등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여 가공한 후,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에게 환율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수출업체는 환율이 높으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채산성이 향상되지만 수입업체는 원가가 높아져 그만큼 물가가 상승하는 악영향을 끼친다.
환율의 높고 낮음도 중요하지만 기업인에게 더욱 어려운 것은 환율의 변동폭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환율 예측이 가능해야 원자재 수입, 제품생산, 수출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는데 최근 2-3년간 우리의 환율은 대다수가 예측한 방향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필자가 작년 4월에 작성한 기고문(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처럼)을 보면, ‘08년도 93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로 야기된 신용경색때문에 상반기에는 일시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연말에는 940원대에서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었다. 하지만 9월의 리먼 사태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마비시킬 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치면서 연말의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수출업체는 채산성이 높아졌지만 일부 중견 수출업체는 키코 등 환변동 보험 때문에 수백억원씩 손해를 보았다. 또한 수입물가 급등으로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등 국내경제는 몹시 어려워졌다.
사상최대의 외환보유고와 수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내성을 키운 덕분에 우리 경제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을 적다고 하지만, 국가는 외환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그리고 국민은 에너지 절약을 통하여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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