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지자체에서도 재단 설립의 필요성에서부터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 했다. 이전에는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니 우리도 알아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정도에서 자료를 모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단계에서 지역의 문화단체들의 적극적 움직임과 중앙 정부의 지원제도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재단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대전시 문화담당 책임자들의 과감한 결단도 큰 몫을 차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뒤로는 몇 차례 대전시 주최로 전문가 토론이나 문화단체 실무자나 대표들과의 간담회가 있으면서 논의들을 집중시켜왔다. 이렇게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논의를 모아가는 초기에는 지자체와 문화예술계와 의견을 교환하는 민주적 소통의 기회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통이 없고 대전시가 일방으로 진행시킨다는 느낌이 있었다. 몇 달을 준비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올 뿐 구체적으로 재단 구성의 방향이나 방법, 일정들에 대해서는 일체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더니 느닷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발기인을 모집하고 이어서 바로 발기인 대회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게다가 발기인 대회 날 하루 만에 이사회 구성하고 대표이사 선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참으로 황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문화예술계와의 소통을 해온 것을 보자면 그렇게 대전시가 일방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행동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소한 지역 문화예술계라도 의견들을 모을 필요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도대체 어떤 발상에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지자체의 출연금으로 만드는 것이니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추진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역 문화예술계에는 그런 것에 대해 따지고 항의하고, 감시할 사람이 없으니 일방통행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참으로 황당한 마음이 가득했다. 완전히 지역 문화계와 시민들이 무시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출범도 했고 지나온 것이니 묻어 버리고 앞으로 잘하면 되지 않겠냐는 논리에 묻어버리고 갈 수없는 그 무엇이 있어서 이렇게 길게 그동안의 상황을 늘어놓는 것이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행간을 읽어 보자고 하는 것이다. 이미 끝난 조직의 구성에서도 그러거니와 인선에 대한 것도 이러저러한 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이전의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비민주성의 발로 아닌가 싶다.
그것은 결국 문화재단이 획득해야할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독립성과 자율적 창의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 같아 불안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대전시에서는 재단의 독립성을 천명하고 있지만 진정성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지자체에서 그동안 과정의 문제점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재단의 독립적 지위와 재단 독자사업에 대해 지켜주고 아낌없이 지원해야할 것이다. 대전시의 대행기관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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