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며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무성의한 태도는 자칫 적정 투약시기를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유성구에 사는 김 모(여·28)씨는 지난달 31일 고열 등 신종플루 의심증세를 보여 대덕구 A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잰 김씨 체온은 신종플루 의심 기준인 37.8도를 넘는 38.2도.
그렇지만, A병원 의료진은 김씨가 신종플루 증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해 타미플루 처방을 하지 않았다.
이 병원에 하루 동안 입원했다가 퇴원한 김씨는 곧바로 서구에 있는 거점병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급성 폐렴 진단과 함께 신종플루 검사를 실시했고 지난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씨 남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타미플루를 적극 투여하라고 했음에도 일선 병의원들이 이를 묵살하고 있어 시민의 건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A병원은 김씨 증상에 따른 필요한 처방을 다 했다고 반박한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환자는 약간의 열이 있었지만 주 증세는 손발이 저린 것이었고 혈압측정과 혈액검사 소견으로 미루어 신종플루가 아닌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타미플루를 처방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지난 3일 대전 모 거점병원에서 신종플루로 숨진 B군(2) 역시 동네 병의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 받지 못했다.
감기증상을 보인 B군은 숨지기 하루 전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신종플루 의심 기준인 37.8도에 단 0.1도 모자란 37.7도를 보였던 것으로 보건당국은 파악했다.
결국, 동네 병의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동네 병의원에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정부 권고에도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처방이 많이 작용하고 타미플루 투여 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서 적잖은 부담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동네 병원의 항바이러스제 처방 길을 열어놨지만, 일부 병원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신종플루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적기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적극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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