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성공을 쟁취하는데 있어서 적용되는 규칙이 공평하지 못하다는데 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강자들은 자신들이 그 고지를 차지하기 쉽도록 게임의 방법을 수시로 바꾸면서 약자들을 골탕 먹이기 일쑤이다. 대표적인 예로, 외국어 및 특수목적 고등학교 등은 훌륭한 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주로 강자들이 성공을 쟁취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공부는 뛰어나지만 돈이 없는 집안의 자식들에게는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
갈수록 성공의 기준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부가 되다보니 양심과 도덕이 결여된 잘 사는 집안에서부터 완벽주의 지향 교육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의 이기주의적 강자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완벽주의 지향의 교육을 받도록 강요한다. 스스로 판단능력이 없는 자녀들은 부모와 학원, 과외 교사가 짜놓은 생활프로그램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스스로의 생각과 자율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들은 계발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처럼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받고 엘리트계층에 진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와 국가보다는 그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자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의 완벽주의 성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부모의 강요 내지는 기대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들로부터 얼마나 사회경제적 지위 쟁취에 대한 학습이 강요되고 있는가? 이것은 오늘날 대유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부모가 자식에게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강요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부모의 기대로부터 이탈하거나 또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형편없는 상태로 추락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특성과 환경에 기인한다. 어떤 사람은 부모나 사회의 기대나 강요를 잘 소화해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 정도가 중간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자식들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차지하도록 부모들이 고삐를 매서 이끌고 가더라도 결국 성공할 확률은 50% 미만이다.
오히려 이와 같은 완벽주의 추구의 학습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강요에 의한 완벽주의 추구 교육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정상적 완벽주의자로 성장하기보다는 불안과 근심 속에서도 자신이 달성할 목표에 억지로 매달리는 신경증적 완벽주의자로 바뀌게 만든다. 문제는, 잘못 만들어진 신경증적 완벽주의자들의 증가는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성공을 쟁취하는데 있어서 정당하고 공평하게 경쟁하기보다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는데 익숙하다. 뻔뻔한 병역근무 회피에서부터 허위 부동산 계약서를 쓰고도 그것이 잘못인 줄을 모르거나, 혹은 자식을 특정 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한 위장전입을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해달라고 한다. 이처럼 물질적으로 성공한 신경증적 완벽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채우지 못한 것들을 다른 부분에 전가하면서까지 다 채우려고 하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정책을 움직이는 한 사회는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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