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고시원 생활 3년 만에 교도관으로 취직한 재경. 선배 교도관 종호는 “짐승은 강한 놈에게 덤비지 않는 법”이라며 재소자들을 엄격히 다루라고 충고한다. 어느날 연쇄살인범 사건을 계기로 12년간 중단됐던 사형 집행이 부활하고, 교도관들은 사형 집행조에서 빠지려 하지만 종호만이 지원한다.
교도소의 긴 복도를 걸으면서 “달리기를 해도 되겠다. 오줌 마려울 땐 어떻게 하냐”며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신참 교도관. 그런 그를 “여기 있는 놈들 다 합치면 별이 50개도 넘어. 괜히 이빨 까다가 죽을 수도 있어”하고 나무라는 고참 교도관.
그때 자살을 시도한 듯한 수인(囚人) 하나가 교도관 등에 업혀 나가고, 그런 소동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연배가 비슷한 사형수와 낄낄거리며 장기를 두는 나이 든 교도관.
‘집행자’의 첫 장면은 이 영화에서 마주하게 될 생사의 불협화음을 요약한다. 웬만한 일에는 눈도 깜짝 않을 것 같던 교도관들은 사형집행 명령이 떨어지자 크게 동요한다.
‘집행자’는 사형제도를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들의 입장에서 풀어낸 영화다. 사형제도가 정치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려드는 게 아니라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이들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 신참과 고참 교도관, 사형수와 마지막 사형집행자였던 나이 든 교도관이 사형을 대하는 모습은 사형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만큼 다양하다.
묵직한 주제에 비해 ‘집행자’는 무겁지 않다. 소소한 유머를 곁들여 영화적 재미를 살렸다. 때문에 날카롭게 파고들 대목에서 파고들지 못하고 도망가는 허술함도 보인다. 정치적으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 ‘진지하되 심각하면 안 된다’는 가벼운 강박마저 느껴진다.
극 후반부. 사형 장면은 충격적이다. 이 장면을 통해 최진호 감독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영화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영화로 비쳐지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죽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형도 하지 말고 살인도 저지르지 말라고.”
시종 진지한 사색을 요구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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