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계속된 쌀값 하락현상이 수확철을 앞두고 본격화되자 정부는 지난 달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수확기 벼 매입량을 지난 해 보다 23만t 늘어난 270만t으로 확대하고 쌀 시장 과잉 물량 10만t을 추가 격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충남도도 이어 농협 및 민간 RPC에서 농가의 벼 매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농어촌진흥기금에서 200억을 저리 융자지원 하는 등 시군의 자체 지원액을 합쳐 모두 742억원을 벼 매입에 지원하기로 했다.
도는 지원 자금이 모두 풀릴 경우 올해 도내 생산 예상량 87만7000t의 60%인 52만t이 매입돼 수확기 이후 쌀값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 같은 대책들이 공급량 초과로 발생한 쌀값 폭락 현상의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그동안 생산량 향상 위주의 정책으로 쌀 생산량은 매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반해 쌀 소비 감소와 수입 물량 증가, 대북지원 중단 등으로 쌀 재고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을 쌀값 하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량 조절을 통한 수급 안정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정부는 일시적인 수매량 확대정책만으로 일관하고 있어 내년에도 쌀값 하락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생산량이 지난 해보다 감소하더라도 이월 물량(5만t)과 공공비축 매입량 감소(3만t), 시판용 수입쌀 증가(2만t) 등으로 내년에도 쌀 재고량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가격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봉 우리농업살리기 당진본부 위원은 “쌀값 하락은 쌀 재고량 증가가 계속되면서 예견된 문제”라며 “올해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대책보다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마련하는 등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충남도가 마련한 대책 역시 농민들의 화를 돋우는 결과만 초래했다. 농민들은 도가 마련한 RPC(미곡종합처리장) 융자 지원책은 농협RPC와 민간RPC에 자금을 지원해 이들의 적자를 일시 보전해 주는 것으로 쌀값 안정 등을 위한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농 충남도연맹 엄청나 정책부장은 “충남도가 내놓은 대책은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농가 부채가 전국 평균을 웃도는 농민들의 농가 소득확대를 위해 RPC지원책이 아닌 농민을 위한 경영안정 자금 확보 등 직접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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