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1991년 사이 부녀자 10명이 살해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수사관이 사건 현장에 남은 발자국을 보고 한 대사다. 1차 사건이 발생한 지 23년이 흐른 2009년, 수사관에게 영화 속과 똑같은 상황에서 범인을 잡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어떨까?
▲ 사건현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증거물을 과학수사를 통해 복원한 사례. 위쪽은 변사자 손톱 밑에 부착된 범인 의복 섬유. 아래쪽은 망치에 묻은 사건현장 페인트 |
경찰은 화성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계화된 족윤적검색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2만여 건의 신발 밑창 모양을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으로 용의자가 신은 신발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다.
과학수사요원들은 이를 토대로 얼굴 없는 범인의 습성 및 수법 등을 압축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늘고 있는 `묻지마식' 무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범죄분석시스템도 과거에는 꿈꿀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수법, 용의자 특성 등을 컴퓨터 서버에 정리해 놓은 것이다.
TV드라마 `아이리스'의 여주인공과 같은 범죄분석요원 `프로파일러'가 주로 사용한다.
프로파일러는 과거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통해 현재 사건의 범인 취향을 알아내고 여러 진술 중 신빙성 있는 것을 가려내기도 한다.
프로파일러 활약은 예컨대 용의자 범위를 수십만 명에서 수백 명으로 좁혀주는 등 수사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지역 경찰이 자체 개발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과학수사시스템도 있다. 충남경찰청이 지난 9월 창경 이래 전국 최초로 만든 장갑흔(흔적) DB가 그것.
이 시스템은 국내 50종 300여 점의 장갑 접촉 면 고유형태와 개별 특성을 한 데 모아 장갑을 낀 범인추적도 쉬워졌다.
충남청은 3년 전에도 범죄현장에서 종이류에 묻은 보이지 않는 지문인 잠재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 시약`N-EI'를 개발하기도 했다. 흐릿한 CCTV 화면을 깨끗하게 복구하는 영상판독시스템, 범인 인상착의를 유추하는 몽타주작성시스템, 거짓 진술을 잡아내는 거짓말탐지검사 등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화하고 있다. 이밖에 사건 현장에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손톱 밑에 부착된 범인 의복 섬유, 둔기에 묻은 미세한 페인트 흔적 등 미세 증거물 채취 능력도 과학수사 태동기에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성장,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고학곤 대전청 수사과장은 “과학수사요원의 피나는 노력과 열정, 사건 현장과 과학의 접목으로 수많은 사건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해결되면서 과학수사는 많은 성장을 했고 지금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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