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향기와 충청도 선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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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기와 충청도 선비문화

추위 속 꽃 피우는 생명력이 선비정신과 닮아 사군자 축제 개최 등 문화적 가치로 담아내야

  • 승인 2009-11-03 14:22
  • 신문게재 2009-11-04 10면
  • 정황래 목원대 한국화전공 교수정황래 목원대 한국화전공 교수
해질녘 동네주변을 걷다보면 은행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진 색의 잔치와 함께 찬 서리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품어,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국화꽃의 계절인 듯도 하다. 지난 토요일 오후, 가을비를 몰고 오는 바람소리가 점점 거세짐이 가을을 지나 겨울의 길목으로 차츰 들어서는 준비인 듯하고 잠시 동안의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 장태산 저수지의 형형색색 가을빛 물결이 오랜 시간 기억에 잔상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계절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마음인 것 같다.

이처럼 가을이 깊어 갈수록, 날씨가 점차 추워질수록 그 향기와 함께 꽃의 자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국화꽃은 크게 대국과 중국, 소국, 그리고 주변 들녘에 야생하는 들국화 종류로 볼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약 2만 여종이 넘는 꽃들이 재배되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국화를 주제로 개최되는 축제도 다양해서 대청호 국화향 나라 전,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전남함평의 대한민국 국향대전 등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꽃 축제로는 봄에 벚꽃축제 다음으로 20여개 이상의 국화국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처럼 국화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추위 속 에서도 꽃을 피우며 자생해 가는 생명력을 군자(君子, 인격 완성을 통해 존경받는 인물)에 비유하여 세속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인격을 완성하는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군자의 참모습으로 생각하여 이를 생활 속 삶의 공간에서 마음속에 품어, 군자 향으로 담아가는 삶에 하나의 방법적 의미로 일상 곁에 소중하게 자리한듯하다.

이러한 의미를 그림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 동양회화에서의 사군자 그림들인데 그 중에서 가을을 상징하는 것이 국화이기도 하다. 사군자는 봄에 매화, 여름에 난초, 가을에 국화, 겨울에 대나무를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에 비유하여 그 형상을 통해 상징성을 나타내는 뜻 그림이며 주로 한국화의 수묵으로 간결하게 표현되는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동양의 그림에서 주로 그려지는 꽃그림으로는 초봄의 잔설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청초함에 매화그림과 진흙 속에서도 깨끗함, 순결함을 상징하는 연꽃그림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작화의 대상으로 살고 있는 것이 국화 인듯하다.

매, 난, 죽과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을 받아온 국화는 겨울이 다가오는 추위 속에서도 서리를 맞으며 황금빛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품어내는 고고한 기품과 굴하지 않은 절개, 그리고 마음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정절을 담아내는 것으로 특히, 의로움을 지켜내며 꺾이지 않는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상징화가 되기도 하였다.

몇 해 전부터 그림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꽃그림들을 전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꽃그림은 세밀함과 화려함으로 시각적 만족도를 높여 주기도 하지만 동양회화에서 추구해온 꽃그림은 보이지 않은 꽃의 향기를 담아 감상자에게 그 향기를 전달하는 군자 향, 선비향의 의미로 제작되어 온 것이라 보여 진다.

깊어가는 가을, 생활주변에 피어 있는 국화 꽃 한 송이의 향기가 그 어떤 의미 에서는 충청도 선비, 충청도 양반이라는 느림의 미학, 여유의 미학, 군자향의 미학으로 지역의 선비정신과 지역문화가 결부되어 뿌리 깊은 우리지역의 문화적 특성으로 명품화 되어도 좋을 듯하다. 여린 꽃잎하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국화 향기를 어떻게 품어 낼 것인가에 따라서는 선비 향, 군자 향이 되기도 하고 우리지역의 정신을 상징하는 또 다른 문화적 가치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내년 이쯤에는 국화향기 속에 선비정신과 어우러지는 도심 속 국화동산에서 지역의 예술문화에 향기를 품어내는 특색 있는 사군자 축제 등이 개최되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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