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를 밑도는 체감온도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이날 거리 곳곳은 옷깃을 여미는 일부 시민들을 제외하면 적막감마저 돌았다.
올가을 들어 첫 한파가 몰아닥친 2일, 두툼한 옷을 챙겨 입고 거리로 나서봤다.
오전 8시, 유성의 한 아파트 단지엔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 유치원·학원 차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은 두꺼운 외투와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이들에게 대화 화두는 `성적'이 아닌 단연 `추워진 날씨'와 더불어 `신종플루'였다. 자연스레 결론은 자식과 남편의 건강.
주부 김순미(34)씨는 “가뜩이나 신종플루때문에 걱정인데, 이렇게 날씨마저 추워져 아이들 건강이 우려된다”며 “다행히 얼마 전 겨울옷을 준비했는데 잘 맞아떨어졌지만 학원에선 난방준비가 잘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안해다.
오전 9시가 가까워져 오면서 도로는 막바지 출근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평상시와 달리 길거리는 한산했다. 몇몇 지나가는 시민들 역시 옷깃을 여미며, 어디론가 발길을 재촉했다.
각 회사의 사무실 역시 11월의 첫 업무개시는 대부분 `난방'에 맞춰졌다. 월동 준비를 마친 사무실은 준비해놓은 난방기구에 손가락 하나 누르면 그만이었지만, 뜻밖에 찾아온 추위에 대부분의 사무실에선 지난겨울 넣어두었던 난방기구들을 찾느라 분주했다.
직장 초년생 이모(28)씨는 “지난달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상사가 난방기구 잘 돼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는데 그냥 간과했다”며 “다행히 난방기구엔 이상이 없었지만 먼지 등이 그대로 있어 꾸중을 들었다”고 말했다.
낮 12시, 추위는 강한 바람과 함께 오전 못지않게 옷 속을 파고들었다. 오전보다는 길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이 늘었지만 빨라지는 발걸음은 매한가지였다.
이날 점심 메뉴의 일 순위는 `따끈한 국물'이면 그만이었다. 칼국수집, 해장국집은 추워진 날씨를 반가워하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듯, 문전성시를 이뤘다.
기상청은 3일 추위가 절정을 이루다 4일 오후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들쑥날쑥한 한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륙고기압의 세력 약화 및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경향을 보이겠지만, 일시적인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종종 발생할 것”으로 올겨울 날씨를 전망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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