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윤 목원대 무역학과 교수 |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차세대 틈새사업 분야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 육성할 필요가 있다. 첨단 부품·소재는 시장이 작지만 독과점 함으로써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틈새사업 분야를 찾아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환경·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분야에서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원천기술과 소재기술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신성장 분야에서는 대일 부품·소재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이 완성품에서는 낮지만 부품·소재로 갈수록 증가하는데 IT 관련 산업의 경우 최종제품에서 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재분야로 갈수록 크게 증가한다. 특히 액정과 반도체용 재료에서는 일본기업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 액정, PDP, 유기 EL 등 평판 디스플레이는 한국·일본·대만 3국이 독과점하여 생산하지만 관련 핵심 제조장비, 부품은 일본이 공급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의 경우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소형기를 생산하는 정도이지만 항공기 기체의 약35%는 일본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기체, 엔진의 주요 부품 및 시스템에서는 구미 항공기 제조업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구미기업과 공동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 경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섬유복합재료 관련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은 저변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산업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 확보가 쉽다. 최종제품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소비자 니즈나 대체품의 개발로 빠른 수명주기를 나타내는 반면, 부품·소재는 시장은 작지만 작은 변환으로도 최종제품의 수요변화에 대응이 가능하다. 부품·소재 산업은 산업발전 단계에서 후발국이 뒤늦게 참여하는 분야로 국가 간 경쟁 압력이 비교적 약하게 작용한다.
섬유, 가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에서 후발국으로 산업이 이전되는 순서는 최종제품, 중간재, 소재 순으로 부품·소재 산업은 일단 경쟁력을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장기간 유지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본기업은 시장규모는 작지만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틈새 분야를 공략한다. 시장규모는 작지만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경우 외부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격지배력이 확보 가능한 분야에 집중한다. 일단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는 후발자가 쉽게 참여할 수 없어 일본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일본기업이 독과점 이익을 향유한다. 일본 섬유업체들은 섬유산업에서의 경쟁력 상실로 주력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탄소섬유산업을 육성한 결과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향후 경험하게 될 다양한 경제위기를 국가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은 고착화 된 대일 무역수지 적자 기조로부터 벗어날 정도의 부품·소재산업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에 있다는 사실을 일본기업 경영활동을 통해 다시금 깨우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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