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해신 코레일 대전충남본부장 |
지구 온난화는 예상대로 여러 가지 재앙을 불러왔다. 매미, 루사 등 초대형 태풍의 집중 발생으로 호우 피해가 잇따르고, 폭염피해로 인한 사망자수는 최근 10년간 2127명, 말라리아 환자는 2007년 기준으로 2227명에 이른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자동차 매연 등으로 대기온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에서 월평균 20도 이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아열대 기후 국가로 변하고 있다.
2007년 12월 발효된 `발리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이면 그 동안 누려왔던 개도국 지위에서 벗어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국가에 포함된다. 위기의식을 감지한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정 철학으로 제시하고 한발 빠른 녹색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도 지난 8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고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구 온난화 주범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인데 약 20%가 교통부문, 특히 도로 위를 질주하는 승용차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브라에스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도로를 넓히면 더 많은 수요가 창출돼 정체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도로를 넓히면 그보다 더 빨리 승용차가 늘어나고 늘어난 승용차로 인해 또다시 도로를 넓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최근 교통 체증과 환경 피해의 심각성을 경험한 선진 각국들에서는 도로보다 철도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집중한다. 여기에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위기를 뛰어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담겨있다.
반면 우리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있어 철도가 여전히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성과에 집착해 미래 교통수단인 철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구가 이렇게 뜨거워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생각 또한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에 걸맞게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필자는 그 해법을 `철도로의 모달 시프트'(modal shift), 즉 철도 수송으로의 전환에서 찾고 싶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2007년 교통부문 온실가스배출량에서 철도는 67만tCO2로 도로 7848만t, 해운1286만t, 항공 897만t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에서 부산까지 승용차 대신 KTX를 이용하면 소나무 11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제안한다. 가까운 곳을 갈 때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자. 조금 더 먼 곳을 갈 때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그리고 장거리 여행을 하거나 출장을 갈 때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꼭 기차를 타자.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고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안전하고 정확하고 환경친화적인 기차 타기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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