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 만큼 좋은 일에 쓰이고, 무엇보다 작은 실천을 통해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A씨가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다.
착취 당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공정한 거래를 통해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른바 ‘공정무역’ 상품들이 뜨고 있다.
▲지구촌 살리는 착한상품=밥상마저 지구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생산·유통돼 우리에게 전달되는지 알지 못하고 소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뛰노는 한 다국적기업의 축구공이 지구 반대편 제3세계 아동들의 노동을 착취해 만든 것이란 사실은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공정무역은 바로 이러한 모순과 지구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하나의 소비운동이다. 그래서 공정무역은 단순히 제3세계에 대한 원조가 아닌 정당한 `무역'임을 강조한다. 소외되고 가난한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가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인간적인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공정무역 운동이 희망무역 또는 대안무역 등의 이름으로 함께 진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확산되는 착한소비=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대안소비운동이 확산되면서 공정무역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TV홈쇼핑을 통해 공정무역커피가 판매되면서, 방송 30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께 현대홈쇼핑이 판매한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커피브랜드 `아름다운커피'는 첫 방송 30분 만에 무려 2000세트가 팔려나갔다. 아름다운가게와 홈쇼핑 업체 모두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예상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커피는 최근 편의점과 각종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도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아직 서울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지만 공정무역 커피만을 판매하는 커피전문점도 생겨났다. 카페 `티모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티모르에서 생산된 공정무역 커피를 원두로 사용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이 공정무역커피 전문점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며, 수익금 중 일부가 동티모르의 커피 생산지로 돌아간다. 또 다소 역설적이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에서도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다양한 공정무역 상품들=공정무역은 60여년 전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 움직임이 시작됐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빈곤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1960년대 들어서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의 NGO들이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공정무역 조직과 단체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돼 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아름다운가게가 아시아 지역의 수공예품을 공정무역을 통해 국내에 선보였으며, 한 생활협동조합에서는 필리핀에서 생산된 설탕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YMCA와 아름다운가게 등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다양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페어트레이드코리아와 한국공정무역연합 등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공정무역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기도하다.
현재 국내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와 한국공정무역연합, 두레생협, 아름다운가게, YMCA 등 10여 곳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은 자체적으로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거나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판매되는 공정무역 제품 역시 익히 알려진 커피와 초콜릿, 설탕 등 식품 뿐 아니라 네팔 등지에서 생산된 머플러 같은 패션소품이나 의류, 각종 수공예 및 생활 용품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에는 공정무역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확산되는 추세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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