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가을 편지' 30년 후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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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영]'가을 편지' 30년 후 나에게...

[중도춘추]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09-10-29 19:48
  • 신문게재 2009-10-30 20면
  • 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아파트 나무들이 어느덧 옷을 갈아입고 있다.
뜨거운 모닝커피향기를 맡으며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니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 겪으면서 한해두해 나이가 들어가며 인생을 알게 되는 것 같은데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마음 한구석 덩그란 구멍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나를 사색에 잠기게 한다. 낙엽은 지난추억의 잔영처럼 휘날리다 고이 땅속에 묻혀 진다. 해마다 가을이면 오래된 사진첩을 들쳐보듯 잊혀 졌던 추억이 되살아 나곤 한다.

▲ 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 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때때로 우린 지난 일들을 생각하다 미소 지으며 잠시 행복에 빠져들 때가 있을 것이다. 모든 걸 잊고 싶지 않고 버리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다. 물론 잊고 싶은 추억도 있다.

 난 어린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나는 항상 목표를 두고 살아온 것 같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도 많지만 나름대로 소박하게 하나씩 이루면서 지내온 것 같다. 목표가 있으면 삶에 대한 계획과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이룰 수 있는 목표든 희망사항이 되고말 목표든 항상 목표를 두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다. 먼 훗날 30년 후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해 보면서 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나에게 가을편지를 써본다.
 
 30년 후 나에게....
 당신의 은빛 머리결이 참으로 아름답군요. 조용히 움직이는 당신의 심장소리 지난 젊은날의 불같은 열정은 없어도 숨겨진 고요함속에 세상을 읽고 있군요. 오늘도 진한커피를 마시며 당신이 좋아하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당신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오면 가을이 올 것이고 그리고 하얀겨울이 오는 자연의 이치처럼 우리 인생도 준비된 데로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 없네요.

 은빛 머리를 가졌지만 마음만은 20대의 젊은이의 소박함을 버리지 않았죠?

 당신은 아직도 춤을 추고 있군요. 제목은 가을 인가요 아님 겨울인가요? 언젠가 미국 현대무용가 마곳폰테인이 80세 고령으로 내한공연을 한적이 있는데 그녀보다 당신이 훨씬 아름답고 멋진 무용가이군요. 역시 무용은 몸으로 표현하는 시로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전달하기에 가장 멋진 예술인 것 같군요. 젊은날의 당신도 멋있었지만, 세월을 춤사위에 녹여 단아하고 곱게 추는 춤사위 하나하나가 눈부시게 아릅다워요.

 그 옛날 당신은 아파트 앞 단풍을 보며 추억을 회상했지만 지금당신의 집은 시냇물소리와 주의에 과일나무가 심어져있고 뜰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뛰어다니며 그 옆에는 당신이 사랑하는 조그만 전원소극장이 있네요. 극장 이름은 제이.. 춤 공연을 위해 분주히 제자들이 움직이고 있네요. 전원 소극장에서 당신의 열정을 바쳤던 제자들이 공연을 하고, 당신의 춤사위도 녹슬지 않았네요. 당신의 생이 마지막 잎새가 될 때까지 영혼의 춤을 계속추길 바랍니다....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고 어떤일들이 일어날지 고민해본적이 있는가? 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래 어떤사람이 돼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삶이 각팍해지고, 치열해지면서 사람들이 미래를 꿈꾸며 사는 여유를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치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30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았다.

가을이 편지지가 되고 마음이 연필이 되어 마음 가는데로 써내려가는 가을편지다. 30년 뒤의 내 목표는 은빛 머리를 한 백발의 노인이 됐어도 아름다운 춤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가을편지는 때로 각박했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보고싶은 사람, 미워했던사람, 증오했던사람 .. 누구에게든 써보자. 내 마음을,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전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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