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모의 시 어머니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눈물-진주-광택의 씨-태양'에 비유해 어려운 생활상을 딛고 고난(눈물)을 행복(진주, 태양)으로 만드는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한산모시의 역사와 모시 제조과정을 전시한 한산모시전수관에 가면 이 시와 함께 베틀 위에 앉아 모시를 짜는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워낙 고된 노동이라 어머니들은 절대 딸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려서 보고 배운 게 모시 짜는 일이라 어깨너머로 곁눈질하다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베틀에 앉다보니 평생을 베틀 위에서 살게 됐구먼.”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명예보유자 문정옥(81·사진)씨는 열여섯에 처음 모시 짜는 일을 배웠고 충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나상덕(77·사진)씨는 열여덟 살부터 베틀에 앉았다.
그러나 이런 재미도 잠깐, 물려받은 땅도 밭도 없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 어린 5남매를 키우기 위해서는 밤낮 가리지 않고 허리가 휘도록 모시를 짜서 장날 내다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삶은 고단하기만 했다.
젊은 시절 나 씨는 이틀 반나절이면 모시 한 필(폭 30.3㎝, 길이 21.6m)을 짰는데 상대적으로 좋은 값을 받는 세모시를 배운데다 인근에 솜씨가 좋기로 소문이 나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모시의 고장인 서천군 한산면에서 나고 자란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들은 타 지역 외출은 고사하고 출산과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베틀 위에서 살다시피 했다.
“여름엔 습기가 많아 모시가 부들부들하고 끊어지지 않아 좋은데 습기가 적은 봄·가을은 일하기는 편하지만 실이 자주 끊어져 고생하다보니 아예 반지하로 토굴을 만들어 놓고 작업을 했다”는 나 씨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다보니 지금은 어깨와 허리, 다리 통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맏딸이자 전수자인 박미옥(50)씨와 스승과 제자로, 때로는 친구로 오순도순 모시 일을 하고 있는 나 씨는 “나도 어머니 몰래 할머니 곁에서 모시 일을 배웠는데 곁에 있던 맏딸이 어려서부터 일을 거들어주더니 지금은 초등학생 손녀딸까지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베틀 위에 올라 앉아 모시를 짜더라”며 “한산세모시짜기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게 남은 일”이라며 웃었다.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한산모시제작과정>
모시풀 재배·수확-태모시 만들기-모시 째기-모시 삼기-모시 날기-바디 끼우기-모시 매기-모시 짜기
1. 모시풀 재배 수확 : 모시풀은 숙근성 초본 다년생 작물로 한번 심으면 10년 정도 수확 할 수 있다. 모시풀 수확기는 대략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 8월 하순에 이수, 10월 상하순에 삼수로 연간 세 차례한다.
2. 태모시 만들기 : 모시풀의 속껍질을 햇볕에 말리고 물에 적시기를 네다섯 번 번갈아 하면 모시의 최초 섬유질을 추출하는 과정인 태모시가 생산된다.
3. 모시째기 : 태모시를 이로 쪼개서 모시섬유의 굵기를 일정하게 하는 과정으로 상저, 중저, 막저로 구분되는 모시의 품질이 나온다.
4. 모시삼기 : 모시섬유 한뭉치를 ‘쩐지’라는 버팀목에 걸어놓고 한 올씩 빼어 양쪽 끝을 무릎에 맞이어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시켜 광주리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모시굿이 완성된다.
5. 모시날기 : 10개의 모시굿에서 ‘젖을대’의 구멍으로 실 끝을 통과시켜 한 묶음으로 한 후 날틀에 걸어 한필의 길이에 맞추어서 날실의 길이로 날고 새수에 맞추어 날실의 올수를 맞춘다.
6. 바디 끼우기 : 날실이 일정한 새와 폭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며 이 작업과 병행하는 것이 꾸리감기이다. 꾸리감기는 씨줄을 만드는 과정으로 모시 짜기를 할 때 씨실 꾸리를 북에 담아 사용한다.
7. 모시매기 : 모시매기의 ‘매다’는 ‘다했다’는 완성의 의미가 있다. 모시매기는 바디에 끼워진 모시를 한쪽은 도투마리에 매고 다른 끝은 ‘끌게(도투마리를 감으면 끌려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에 매달아 고정시킨 후 콩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만든 풋닛가루를 뱃솔에 묻혀 날실에 골고루 먹인다. 그리고 이음새를 매끄럽게 하고 왕겻불로 말리면서 도투마리에 감는 과정이다.
8. 모시짜기 : 모시매기 과정을 거쳐 날실이 감긴 도투마리를 베틀의 누운 다리 위에 올리고 바디를 끼운 날실을 빼어 각각의 잉아에 번갈아 끼운다. 베틀의 ‘쇠꼬리채’를 발로 밟아 잡아당기며 날실을 벌리고 씨실이 담긴 북을 좌우로 움직이며 엮어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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