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옥 홍성서부중 교사 |
문득 해연이 어머니가 떠오른다. 해연네는 이곳 남당리 토박이다. 두 딸을 우리학교에 보내는 해연이 어머니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고기잡이를 하는 해연이 아버지와 같이 배를 타고 나가 바다일도 한단다. 요즘엔 대하나 꽃게잡이를 나가는데 어제는 꽃게 여섯 마리를 잡았다고 하면서 쓴 웃음을 짓는다. 무허가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늘 철거나 벌금을 염려하면서 연로하신 할머니, 그리고 세 자매를 학교에 보내는 가녀린 몸이 힘겨워보였다.
그래도 학교에서 만난 해연의 얼굴표정은 엄마의 깊은 시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화롭기만 하다. “그래, 차라리 다행이다” 아이들의 맑은 얼굴에 나도 모르게 안도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남당항은 지금 한창 ‘대하 축제’ 중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 자그마한 항구가 삶의 공간이다. 그래서 축제 기간 중에는 우리 아이들도 바쁘다. 일찍 귀가하여 부모님의 바쁜 일손을 돕거나 집안일을 대신해야하기 때문이다.
도시 아이들이 학원과 과외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낼 때 우리 아이들은 바닷가의 비릿한 내음을 맡으며 그들 부모의 생업을 돕는 알바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끼리만 TV를 보고 컴퓨터 게임 등을 하면서로 하루를 마감한다. 미래를 위한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에 와닿지도 않고 귀에 걸리지도 않는다. 공부보다는 알바로 생기는 몇 만원의 돈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어이없다가도 그들의 가정환경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학교에 빠지지 않고 나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게다가 저녁공부방에도 몇몇이 남아 있어 주니 기특한 생각마저 든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기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학교의 공부방은 학습의 기능보다는 보육의 기능이 더 크다. 이렇게라도 해주지 않으면 혼자 방치되어 무계획적인 생활을 할 아이들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안목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표의식과 꿈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는 가르침이 더 필요한 아이들이다. 바다 너머에 더 큰 세상이 있고 그곳에서 학창시절에 품었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인식시켜 학습에 대한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그러면서 자기절제력이 있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바른 품성을 가진 아이로 자라 마음껏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표의식이 없으면 늘 막연한 생각과 행동만 할 따름이다. 공부해야 하는 목적이 뚜렷하면 학력도 자연히 올라갈 것이라 생각된다. 미래의 경쟁력은 감성과 여유, 자아 정체성에서 나온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교육은 우리가 준비하는 최고의 경제정책이다”라고 하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집중하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자. 서두르지 말고 집중할 수 있도록 삶에 동기부여를 해 주자. 목표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최고의 교육적 경제정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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