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4년 지구의 전쟁이 극에 달하자 인류는 희망의 별 ‘타니스’로 이주하려 한다. 사람들은 신 노아의 방주라 할 우주선 엘리시움을 타고 타니스로 떠난다. 그런데 무언가 일이 잘못됐다. 인공 수면에서 깨어난 바우어 상병과 페이튼 중위는 우주선이 폐허가 되고 사람들이 거의 죽은 것을 알게 된다.
익숙한 설정, 익숙한 주인공이라면 이야기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법한데 ‘팬도럼’은 그것까지도 기존의 영화를 답습한다. SF팬들에겐 이미 본 듯한 기시감에 식상할 만하다.
‘유령선’에 ‘나는 전설이다’, ‘새벽의 저주’, ‘이벤트 호라이즌’을 섞어 짠 듯하다. 스릴러에 액션, 공포가 혼재한다. 또 잔혹하다.
시작은 꽤 그럴싸하다. 광활한 우주와 거대한 우주선 엘리시움의 위용은 단박에 눈을 잡아끈다. 막 인공수면에서 깨어난 바우어 상병과 페이튼 중위의 불안한 정신 상태와 뭔지 모를 갈등구조는 궁금증을 일으키고, 정체불명의 ‘놈’들이 나타나면서 긴장과 공포가 고개를 든다.
우주선 엘리시움 디자인과 특수효과, 컴퓨터그래픽 등 비주얼은 대단하다. 엘리시움은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우주선보다 혁신적이며,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 ‘놈’들의 생동감이 넘치는 움직임과 그 움직임의 자연스런 구현은 최고라 할 만하다.
그러나 초반 20분까지다. 놀라움이 눈에 익고 나면 혼란과 지루함 사이를 오간다.
대사라고 해봤자 단 두 개로 요약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와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다. 이 두 질문에 대한 ‘팬도럼’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냥 원자로만 재가동하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최대한 영화를 단순화 시키고 오로지 괴생명체와의 대결에 온 힘을 집중한다.
흥미진진할 수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허전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세심한 심리 묘사, 스릴 넘치는 갈등과 대결 대신 시체와 피가 낭자한 화려한 세트만 남았다.
그런데 ‘놈’들은 어디서 온 걸까. 우주선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힌트는 제목에 있다. ‘팬도럼’(Pandorum)은 우주 공간 속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극한의 패닉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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