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임기 말년의 김정호 대통령. 복권에 당첨돼 대박의 주인공이 되지만 “당첨되면 국민을 위해 쓰겠다”던 자신의 약속 때문에 끙끙 앓는다. 꽃미남 홀아비 대통령 차지욱. 강력한 카리스마와 뚜렷한 소신으로 일을 추진하는 그도 첫사랑 앞에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한경자는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다. 남편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영화 말미에 극중 대사로 설명을 덧붙인다. “한명의 대통령이 전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 하듯, 모든 국민은 대통령이 행복하길 바란다.”
영화엔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통령답게 국민대통합을 외치고, 북한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의 정세 때문에 고민하고, 부동산 특별법과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머리를 싸맨다. 정치적 발언도 빼놓지 않는다. 서민정치는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게 아니라 서민정책을 내놓는 거다, 세금만 올리면 좌파로 몰아간다 등 2009년 대한민국 정치 코드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러나 그뿐. 영화는 정치를 멀찌감치 밀어놓는다. 영화사가 등급심사에 ‘15세 관람가’로 신청했음에도 ‘전체관람가’를 받았을 정도로 까칠한 데가 없다. 대신 서민들이 갖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궁금증, 이를테면 대통령도 막장드라마를 볼까, 라면을 먹을까, 부엌일을 도와줄까, 부부싸움은 할까, 꽃미남 홀아비 대통령은 여자가 그립지 않을까 등등, 소소한 소재들을 끌어와 유머로 풀어내 들려준다.
대통령은 우주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이웃이며, 사람인 이상 그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대통령이란 직업윤리 상 그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초심,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그 초심을 지킬 때 가장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들려주는 영화다.
장진 감독이 장진식 유머로 풀어낸 대통령. 가깝고도 먼 대통령이란 소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담긴 동화다.
유쾌 통쾌 상쾌하다. 저런 대통령이 왜 우리에겐 여태껏 없을까하는 찝찝함도 안긴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더욱 유쾌하게 만든다.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세 배우는 기존에 보지 못했던 표정들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관객들이 우리 대통령이라고 믿을 수 있게끔 대통령다운 모습을 믿음직스럽게 담보한다.
특히 장동건은 힘을 빼고 허허실실하게, 때론 적절히 카리스마의 힘을 발휘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대통령의 골치 아픈 속내를 멋지게 연기했다. 국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대통령,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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