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관계 기관이 방제 작업에 나섰지만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류차단막이 설치되고 연일 황토가 뿌려졌지만 충북 보은군 회남면 회남수역 일대에서 시작된 조류 현상은 동구 추동취수탑 인근까지 퍼져나갔고, 대청호에는 조류주의보에 이어 조류경보가 내려졌다.
▲ 대청댐에서 대전시내로 흘러나오는 금강의 물줄기. |
지난 8월 대청에 나타난 조류는 장마때 각종 부유 쓰레기와 함께 인·질소 등 영양염류가 대청호로 대거 유입되고, 수온 상승과 일조량 증가가 지속된데 따른 것으로 지적됐다.
한달 넘게 충청지역의 식수원을 위협하던 조류는 기온이 점차 떨어져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충청권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대청호에서 이 같은 녹조 현상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녹조 현상은 부영양화된 호소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조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호소에서 녹조가 발생하면 결국 햇빛을 차단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청호와 같은 담수호에서 발생하는 녹조 현상은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대청호는 유역면적이 넓고 길쭉하게 뻗어 있어 오염에 취약하고 관리 상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으로 지적된다.
`고이면 썩는 물', 반복되는 조류 현상
실제 대청호에는 지난 1998년 조류 예보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17차례의 조류 예보가 발령돼 전국 10개 호소 가운데 가장 잦은 횟수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10개 호소에 내려진 조류 예보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조류예보제 시행 이후 지난해 6월말 현재까지 내려진 전체 조류예보는 주의보 1524일, 경보 90일, 대발생 경보 7일. 이 가운데 대청호에 내려진 주의보가 651일, 경보가 42일, 대발생 경보가 7일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 2001년 대청호에 내려졌던 조류 대발생 경보는 충청인의 식수원인 대청호 수질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가져 왔다.
녹조 현상은 대청호 수질 악화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청호가 가지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많은 물을 담고 있다보니 체류시간이 길고, 정체 수역이 많아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담수호가 지닌 근원적 취약성이다.
그러나 대청호 수질 보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탓하기에 앞서 사전에 각종 오염원을 차단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대청호 상류에는 쓰레기 유입을 막기 위한 부유물 차단망이 설치돼 있지만 올해도 대청호로 흘러든 쓰레기 양은 평소에 비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류에 하수정화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이 부족한 것도 고질적인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류에서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척과 낚시 행위, 축산 폐수와 생활하수의 유입, 경작지로부터의 비점오염원 유입 등 다양한 오염원이 대청호의 수질을 위협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다양하게 강구돼야 하는 것이다.
오염원 차단 등 수질 보전 노력
물론 대청호 수질 보전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간단체와 상류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돼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고, 민ㆍ관이 협력해 대청호의 수질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 대청호에 발생한 녹조현상. |
상습적인 조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금강물환경연구소가 지난 2007년부터 2년간에 걸쳐 `대청호 조류상습 발생수역이 본류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최근 이러한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금강유역환경청과 옥천군은 대청호 조류 유발 원인으로 지목된 옥천군 군북면 지오리 소옥천 하류에 오염원을 걸러낼 수 있는 생태습지를 조성하기로 한 상태다.
또 대청댐 상류 지역에는 현재 하수처리시설 확충사업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11년 이 사업이 완료되면 옥천ㆍ보은ㆍ영동 등 대청댐 상류지역의 하수도 보급률이 75% 수준까지 높아져 대청호 수질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태계 위협하는 외래어종
수질 보전 노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생태계 보전이다. 물이 맑아지면 생태계가 살아나는 게 당연하겠지만 대청호와 같은 인공호소는 태생적으로 자연 하천에 비해 생태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어류상의 분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수자원공사의 `대청댐 저수지 및 주변지역 생태환경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대청호와 주변 하천에서는 9과 36종의 어류가 확인됐다. 이 중에는 잉어과 어류가 22종으로 가장 많으며, 망둑어과 3종, 미꾸리ㆍ동자개ㆍ검정우럭과 등이 2종씩, 뱀장어ㆍ메기ㆍ가물치과가 각 1종씩 발견됐다. 또 외래어종으로는 향어, 떡붕어, 블루길, 배스 등 4종이 확인됐다.
해당 조사에서는 대청댐 건설 이후 어류상의 변화도 나타난다. 댐 건설 이전 이 일대에 서식하던 어류 가운데 어름치와 왜몰개·밀자개·미유기·대륙송사리·꺽정이 등 9종이 대청호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에 향어와 떡붕어·강준치·백연·블루길·배스·챤넬동자개 등 17종 정도가 새롭게 출현했다. 댐 건설 이후 출현한 어종 가운데는 6종의 외래어종이 포함돼 있으며, 1990년대 초반 무렵 출현했다 이후 서식이 확인되지 않는 어종도 7종 정도 있다.
이러한 어류상의 변화는 호소의 수질오염과 하천정비사업 등으로 인한 서식환경의 변화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현재 대청호의 수중 생태계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배스·블루길과 같은 외래어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다. 블루길과 배스는 80년대 후반 대청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대표적인 외래어종으로 왕성한 번식력과 포식력을 바탕으로 급속히 확산돼 왔다. 대청호는 이들에게 좋은 서식 환경을 제공하는데다 이렇다 할 천적도 없어 천국이나 다름없다.
이들 외래어종은 왕성한 포식력으로 토종 물고기의 치어나 수정란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며, 수질 정화 능력을 지닌 새우류까지 잡아먹어 수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는 대청호에서 잡히는 어류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들 외래어종인 것으로 파악될 정도다. 외래어종의 확산과 이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는 대청호 어민들에게도 큰 골칫거리다. 어민 손용현(69·충북 옥천군)씨는 “토종물고기가 크게 감소해 그물을 건져올리면 팔 수도 없는 외래어종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외래어종들은 토종고기의 치어나 수정란을 먹어치울 뿐 아니라 산란처까지 파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대청호권역의 지자체와 관계 기관들이 나서 치어를 방류하는 등 토종물고기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래어종의 강한 번식력과 포식력 앞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어민들이 잡은 블루길과 배스 등을 지자체가 수매하는 고육지책까지 강구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임시적인 조치일 수 밖에 없어 외래 어종의 개체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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