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3호 들말두레소리
허리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도 우리 조상들은 혼자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부르며 피로를 덜고 일의 능률을 올렸다.
들말두레소리는 대덕구 목상동 일원에서 전래되어 오는 노동요다.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넓은 들에 자리 잡은 목상동은 땅이 기름져 농사일이 성했고 모를 심고 논을 매는 노동 집약적인 일들로 자연스럽게 두레가 형성되었는데 들말에 사는 80가구 주민들 중 한 집에 한명씩이 두레에 참여했으니 들말두레는 80명 규모의 노동조직인 셈이다.
이 소리는 온 들에 울려 퍼져 멀리서 듣는 사람까지 저절로 신명이 나게 했다고 한다.
농요는 집단적인 노동요이기 때문에 사설(辭說)이나 선율이 그 지역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들말두레소리는 선소리꾼의 앞소리를 농부들이 후렴으로 받아넘기는 식으로 이어져 처음에는 길고 구성진 가락의 긴 소리에서 시작되어 힘든 것을 잊고자 하는 흥겨운 가락으로 좀 더 빨리 행동할 수 있다고 보이는 휘모리인 `상사디야'로 끝을 맺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1996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들말두레소리의 대표적인 노래로는 모찌는 소리인 `뭉치세', 모 심는 소리인 `모노래(못방구치기)', 논매는 소리인 `아시매기 소리'와 `이듬매는 소리' 등이 있다.
또 `어기야 헤 헤~이~여 허로 상응사~나 디야헤~(모심는 소리)'를 부르며 한집씩 돌아가며 모를 심는데 노래를 부르며 손을 맞춰 일의 능률을 올리고 단순함에서 오는 지겨움과 피로를 잊기 위해 선창과 후창을 하며 노래를 주고받았다.
논매기는 아시(초벌)매기와 이듬(두벌)매기, 만물(세벌)매기 등 3단계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하는 `어두이야 저어~하'의 논맴소리는 문평 들말에서 전승되는 독특한 가락의 논매기 노래로 드물게 존재하는 소리에 속한다.
고 씨는 또 “들판에서 일을 하며 때로는 논두렁에 걸터앉아 막걸리를 마셔가며 노래를 부를 때는 노랫말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 흥이 절로 났는데 지금은 머쓱하니 서서 소리를 하려니 가사도 잊어버려 이제 옛 소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기계농사와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들녘에서 농요를 들을 수 없지만 들말두레소리는 목상동 지역을 중심으로 들말두레소리보존회가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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