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자연, 신의 명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헌오]자연, 신의 명작

[시론]박헌오 동구 부구청장

  • 승인 2009-10-21 14:29
  • 신문게재 2009-10-22 21면
  • 박헌오 동구 부구청장박헌오 동구 부구청장
낡은 수첩 속에서 나는 종종 싱싱한 말들과 만난다. 새해에 한해의 결심과 목표를 잘 기록해놓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46%를 실천했고, 생각만 한 사람들은 4%만 실천하더라는 보고 자료를 보고 나서 나는 무엇이든 일단 메모를 해둔다. 작품이란 자연현상을 메모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박헌오 동구 부구청장
▲ 박헌오 동구 부구청장
자연은 순간순간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영원히 지속된다. 즉 자연은 스스로 변화할 뿐 소멸되지 않는 존재다. 인간은 영원을 지향하지만, 한시적인 존재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 속에서 한 컷 한 컷의 순간을 기록하고, 시간이 지니고 있는 진실을 깨우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면서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과, 자연이 가진 현상과, 자연 속의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고 동화되는데 삶의 진정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추앙 받는 국민시인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시 가운데 부활이란 작품의 메모다. `몽매한 예술가가 몽롱한 붓으로/ 천재의 그림을 검정 칠로 지우고/ 엉터리 그림을 그 위에 / 함부로 어리석게 그린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 덧칠한 물감들은/ 힘없는 허물처럼 떨어져 버리고 /천재의 작품은 다시 우리 앞에/ 예전의 아름다움으로 살아나는 법//~생략~' 19세기 초 덫칠된 라파엘의 작품 `마돈나'가 복원되었을 때 쓴 시라고 한다. 진정한 천재의 작품은 살아나고 허위는 결국 사라져 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비잔틴 성당의 대 걸작 아야소피아는 콘스탄티누스 2세에 의해 세워진 것인데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 터키에 정복당하면서 이슬람교의 모스크 사원으로 용도가 변경되면서 내부의 모자이크 벽화는 이슬람교의 벽화로 덮이고 말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아야소피아 박물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부터 부분 부분 덮여 있던 칠이 제거되고 성모마리아 모자이크와 예수그리스도상의 모자이크 벽화를 비롯하여 눈부신 명작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결국 진품의 복원·부활이 이루어지고, 진실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그같은 천재의 작품보다 더 위대한 명작이 자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서 언제나 더 위대한 천재성을 지닌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한 창작의 보고가 자연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강렬한 영감을 찾아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을 찾아 나선다. 잠시 가까운 명소 한곳을 소개해본다.

지난해 대청호수의 한 중심인 추동 생태관 주변에서 약 10만 포기의 국화가 심어지고 만개한 시기를 택하여 국화축제를 열었는데 놀랍게도 연일 수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계절의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도시민들의 갈증이 얼마나 컸던가를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지난해의 10배인 100만 포기의 국화와 구절초를 식재하여 본격적인 가을 꽃 축제를 지난 20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게 되었다.

물론 그곳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도 행해진다. 추동의 가을 국화 축제가 시민들에게 황홀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대청호수의 맑은 물을 배경으로 자연환경이 청정하게 가꿔지고 보존된 지역에 국화를 집단적으로 재배해 놓아 가을의 빛과 바람, 색채와 향기의 절묘한 조화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명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천재성을 발휘하여 신비함을 느끼고 창작으로 이어낸다면 충분히 명작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천재성은 스스로 연마하여 발굴해 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이들에게 도심에서 30분을 달려와 맛볼 수 있는 환상적인 꽃 동산을 당연히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고, 천재성을 개발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많은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쉴 새 없이 땀을 흘리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당 서정주가 남긴 `국화 옆에서'도 그 진실을 다 삭혀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이 시대의 예술인들과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명작의 탄생을 또 한번 기대하고 싶다. 신의 명작은 인간에 의해서 투영되고, 해석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인간의 자존심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