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변에서 경우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개념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는 대체로 도덕과 지식 일반의 개념이 형성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힐책(詰責)하는 뜻일 것이다.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그분이 검사 초년 시절에 사형 집행 현장에 입회하여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없느냐니까, 전혀 뜻밖에도 “나는 내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 고 했는데,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이웃집에 가서 놀다가 쓸 만한 물건 하나가 탐이 나서 몰래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그 걸 본 어머니가 곧 돌려주라고 꾸중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했다며 궁둥이를 토닥여 주었고, 이후에도 가끔씩 남의 좋은 물건을 몰래 가져오면 칭찬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남의 좋은 물건을 훔쳐오면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자라면서도 그런 생각으로 자꾸 도둑질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사람을 살해하는 강도짓을 해서 이렇게 사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때 어머니가 호되게 매를 때려서라도 남의 물건을 훔쳐오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면, 이렇게 강도가 되어 사형 당하지 않을 텐데, 그래서 나는 지금 어머니를 죽이고 싶은 것이다.”
이 얼마나 끔직한 고백인가! 검사님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 글을 읽은 나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교사 초년생으로서, 예비 부모로서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엊그제 학교에서 학생부장이, 약한 친구를 때리고 금품을 요구하는 등 여러 차례 괴롭히고서도 죄의식은커녕 미안해하는 기색조차도 전혀 없는 한 남학생을 데리고 상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무리 어리다지만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저렇게 개념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개념은 있는데 그 개념이 비뚤어져 있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느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자녀의 무단결석을 숨기기 위해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학부모, 자녀가 피해자일 때는 가해 학생을 엄벌하라고 학교를 겁박하다가, 상황이 바뀌어 가해자가 되면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며 되레 화를 내는, 정말로 개념이 없는 학부모를 대하게 되는 황당한 경우도 종종 있다. 나처럼 교직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도 상대하기 어려운 그런 학부모를, 대부분 여성인 젊은 교사들이 상대하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라서, 기우이겠지만 앞으로의 교직이 어떻게 될까 심히 걱정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은 백 번 된다.’ 는 말이 있는데, 사람은 가르치고 배우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조급함을 버리고 기다리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지도에 있어 작금의 학교 현실을 직시하고 개념 없는 학생의 경우 관용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따끔한 질책과 엄정한 책임을 묻고 학부모 또한 이에 따르는 사회적 공감대가 하루 빨리 형성되어야만, 우리의 교육 개념이 더욱 바르고 튼튼하게 형성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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