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은 물론 지역 미술을 이끌고 있는 조평휘(78·사진) 화백의 그림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붓 잡을 힘만 있어도 작품 활동은 계속된다는 조 화백을 만나고자 작업실이 있는 중도쇼핑을 찾았다.
오가는 이들이 이곳에서 조 화백과의 긴 담소를 나누는 까닭이다. 한쪽 벽에는 수십 년 모아온 조 화백의 활동자료가 가득하다. 미술의 소재가 될 만한 자료를 일일이 녹화해 놓은 테이프와 그가 직접 다니며 찍은 사진 자료들엔 수십 년간의 노력이 그대로 배어 있다. 다른 공간은 그의 창작활동이 이뤄지는 작업실로 한쪽 벽면엔 진한 묵향이 가득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아호가 `운산'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운보 김기창 선생을 너무 좋아한 탓에 비슷한 호를 갖고 싶었다. 운산은 큰 산에 구름이 낀 형상으로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동양화 쪽에서는 운산이라는 호를 가진 이들이 많다. 더욱이 고향인 황해도에 `운산면'이 있는데, 호를 생각하면 운산면의 인근에 있던 그리운 내 고향이 생각난다.
▲최근 작품 활동은.
-얼마 전 롯데화랑에서 지역 원로 작가 4인에 대한 전시가 있었다. 또 피난 내려와 미술 활동을 했던 인천에서 그 지역의 미술 초석을 다진 작가들로 선정돼 작품을 보냈고,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한 동양화 새천년 전시에도 함께했다. 이제는 동양화 작가들의 전시 포스터가 보면 내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어느새 나이가 이렇게 들었나 싶다.(웃음)
▲대전은 제2의 고향인가.
-가족이 대전에서 뿌리 내린 지도 30여년. 미술 강사로 활동하던 1976년 목원대 교수로 뽑혀 대전과 인연을 맺었다. 내 고향 황해도야 다시 못 갈 곳이지만 대전은 식구들도 있고, 제자들도 있고 남은 삶을 살 제2의 고향이다. 계룡산, 보문산 등 아름다운 산새를 자랑하는 곳이 많아 그림 그리기에도 그만이다.
▲전통 산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전통 산수와 현대 미술은 괴리가 있는 만큼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전통 산수를 이어간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뒤늦게 새로움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시대감각에는 어긋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전통 산수의 맥을 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술은 감동을 줄 때 값어치가 있는 것인 만큼,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조형적 작업을 통해 감동이 전해질 수 있는 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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