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7시 백신예방 접종 참여병원인 서구의 A내과병원. 백발의 노인들이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길게 늘어서서 병원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22일 접종을 시작하는 대덕구를 제외한 대전 4개 구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계절독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첫날. 많은 인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보건소 외에 대전 관내 접종참여병원 160여곳에서도 이날 접종이 시작됐지만 몰려드는 인파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부 노인들은 길가에 앉아서 기다리기도 하고, 추위에 몸을 떨기도 하는 등 독감을 예방하러 왔다 오히려 독감에 걸리고 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날 오후 3시 각 보건소 등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에선 할당된 백신 역시 바닥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쌀쌀한 날씨 속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시민 김모(74)씨는 “독감백신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많은 이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어떤 대책도 없이 무조건 선착순으로 접종을 하라고 하면 우리같은 늙은이들은 오히려 접종을 기다리다 병에 걸리라고 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백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맞으러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고령자 등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하지만 백신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대전시 5개 구청이 올해 독감백신으로 확보한 양은 동구 1만 1090명 분을 비롯해 모두 6만 1660명분이다.
이 가운데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와 장애인 및 시설아동 등의 독감접종으로 1만 5000여명 분이 소진된 상태. 이로인해 19일부터 4만 7000여명분의 백신을 가지고 질병 취약계층인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초수급대상자와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등은 보건소에서 접종을 한 반면, 지역 노인층에 대한 접종은 보건소가 아닌 지정 병원에서 진행하면서 혼란을 낳고 있다. 또 동구·중구·유성구가 무료접종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잡은 데 비해 서구는 70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대덕구는 아직 무료접종 대상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김경욱·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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