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도입·구축되는 연구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 할 필요는 없다. 특정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결정됐다면, 그에 맞는 수준의 연구시설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박준택 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선진국과 대등하거나 앞서 나가야하는 `선도형'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로 `선도형' 연구를 위한 최첨단 연구장비가 필요하다. 현대의 연구는 `연구장비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연구장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정부 R&D 자금은 부처별·기관별로 구분돼 투자되고,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별로도 투자가 이뤄진다. 따라서 동일한 연구장비를 제각각 도입하거나, 해당 연구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아직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연구장비가 제대로 관리·운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심지어 동일한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연구팀별로 중복해 동일한 장비를 도입하거나, 다른 연구영역이나 하위 연구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연구장비가 불용장비로 처분되기도 한다. 매년 국정감사나 정부 감사 등을 통해 연구장비에 대한 중복투자 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정부의 R&D 자금은 국민의 혈세를 바탕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연구담당자뿐만 아니라 연구시설이나 장비를 도입하는 담당자들도 국민의 혈세를 한 푼도 낭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정부 R&D 자금으로 도입되는 연구시설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R&D 투자를 하고 있는 각 부처를 넘나들고, 각 연구기관이나 대학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 지난 9월 25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개소식을 가진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다. NFEC는 그동안 정부 R&D 자금으로 도입된 연구시설과 장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향후 도입될 시설이나 장비에 대한 통합 관리로 중복투자를 사전에 차단하고 장비의 공동활용 극대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또 장비의 도입단계에서도 중복도입 여부를 평가할 뿐 만 아니라 사용자 그룹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연구시설과 장비 도입 후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현재 정부와 NFEC는 3년 단위로 `대형 연구시설·장비 로드맵' 등을 마련해 연구시설과 장비 도입에 대한 구축전략을 갖추고, 이를 통해 체계적인 구축.활용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또 이들 연구시설과 장비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문 운용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초연과 충남대학교는 올 초 `분석과학기술대학원'을 설립하고 분석과학기술에 대한 인력양성의 토대도 마련했다.
즉 NFEC를 통해서는 국내 연구시설과 장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되고, 분석과학기술대학원 등을 통해 우수한 운용인력 확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여기에 덧붙여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새로운 연구시설과 장비를 우리의 능력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국내 연구개발 방향이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과 대등하거나 앞선 연구시설과 장비가 있어야만 앞서가는 연구개발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기초연은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시설과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을 수행해 온 기초연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국가 연구시설·장비의 총괄 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해왔으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정부가 용단을 내려 기초연의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를 통한 범부처 차원의 총괄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을 크게 환영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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