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성(城)과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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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성(城)과 축제

[문화초대석]송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 승인 2009-10-18 13:08
  • 신문게재 2009-10-19 20면
  • 송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송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성(城)은 예로부터 군사적인 시설이었다. 지역을 외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이기에 구조가 굳건하고 지리적으로도 대개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유럽의 고성(古城)들은 중세 시대를 지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무기체계의 변천으로 더 이상 군사적인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지만, 문화산업의 중요한 기재로 변하였다. 고성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으로 바뀌기도 하고, 중요한 관광자원으로도 작용하게 된 것이다.

▲ 송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 송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그런 성들 중의 하나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위치한 에든버러 캐슬이다. 역사적으로 서기 700년경부터 본격적인 성채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이 성은 14세기 말 이후 60년 동안 스코틀랜드 독립을 둘러싼 영국 군과 스코틀랜드 군 사이에 뺏고 빼앗기는 피의 혈전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패배로 끝난 그 전쟁이후 이곳은 패배의 한을 품은 스코틀랜드인들의 가슴에 화인(火印)처럼 남아 있는 역사적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오묘한 것. 이 성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에든버러는 그런 오랜 역사의 상흔 위에 세계 공연문화의 메카를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인 1947년에 시작된 된 문화축제는 인구 46만 정도의 도시를 매년 8월 중순 이후 3주 동안 200만, 연중 12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오는, 스코틀랜드에 황금알을 낳아주는 문화장터가 된 것이다.

공주의 오랜 산성인 공산성에서는 에든버러의 그런 축제를 꿈꾸며 매해 특이한 행사기 이뤄지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고마나루 전국 향토(鄕土)연극제'가 그것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연극제는 한국연극계가 시도한 특이한 이벤트로서 의미심장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즉 오랜 역사 속에서 전국 각 지역에 숨어 숨쉬고 있는 설화, 민담, 신화를 발굴하여 연극화하고 그 과정에서 TV 등 대중 매체의 네트워크 작용으로 각 지역의 고유 언어들, 토착적이며 특이한 뉘앙스와 울림을 갖는 사투리가 소멸되는 것을 막고, 그것을 보존하여 전승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수준 높은 연극 작품을 세계인들에게 전하는 일까지 하자는 것이 이 연극제의 의도다.

연극제의 본거지로 공산성이 지목된 것은 이 성이 갖는 역사적 함의와 자연조건이었을 것이다. 1500년의 역사를 지닌 고성(古城)으로서의 공산성은 연극제 자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성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며, 공산성을 에둘러 흐르는 금강이 공주 신도시와 성을 유격시킴으로써 이 성이 삶의 일상성을 벗어난 상상과 창조의 공간이 되게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주는 일제시대 호남선이 개설될 때 오랜 전통이 훼손될 수도 있는 상스런(?) 철길을 거부하는 고집을 견지한 바 있었다. 그 결과 산업화의 흐름에 빗겨나 있었고, 한때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 인구 13만의 고풍스러운 교육도시로만 남아있었다. 그런 공주가 서해안 시대를 맞아 오래 참아왔던 기지개를 켜는 듯한 형국에 있다. 대전~공주간의 왕래는 신도로 건설을 통해 엄청나게 시간 단축이 되었으며, 대전~당진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해로의 접근도 한층 용이해졌다.

폐쇄 공간에서 이뤄졌던 연극이 바깥으로 나와 대중과 만나고 있는 산성의 연극제는 한국연극사적으로도 중요한 실험이 되고 있다. 우리 고유의 마당극과 무대극이 변증법적인 통합을 꾀할 수 있는 장치이며, 현대의 야외극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는 기회와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축제이며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문화 이벤트인 이 산성 축제는 공주를 비롯한 충청지역민들이 애정을 쏟아 키워낼 가치가 있는 무형 재화(財貨)다. 노력 여하에 따라 공주를 아시아의 에든버러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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