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오묘한 것. 이 성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에든버러는 그런 오랜 역사의 상흔 위에 세계 공연문화의 메카를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인 1947년에 시작된 된 문화축제는 인구 46만 정도의 도시를 매년 8월 중순 이후 3주 동안 200만, 연중 12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오는, 스코틀랜드에 황금알을 낳아주는 문화장터가 된 것이다.
공주의 오랜 산성인 공산성에서는 에든버러의 그런 축제를 꿈꾸며 매해 특이한 행사기 이뤄지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고마나루 전국 향토(鄕土)연극제'가 그것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연극제는 한국연극계가 시도한 특이한 이벤트로서 의미심장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즉 오랜 역사 속에서 전국 각 지역에 숨어 숨쉬고 있는 설화, 민담, 신화를 발굴하여 연극화하고 그 과정에서 TV 등 대중 매체의 네트워크 작용으로 각 지역의 고유 언어들, 토착적이며 특이한 뉘앙스와 울림을 갖는 사투리가 소멸되는 것을 막고, 그것을 보존하여 전승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수준 높은 연극 작품을 세계인들에게 전하는 일까지 하자는 것이 이 연극제의 의도다.
연극제의 본거지로 공산성이 지목된 것은 이 성이 갖는 역사적 함의와 자연조건이었을 것이다. 1500년의 역사를 지닌 고성(古城)으로서의 공산성은 연극제 자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성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며, 공산성을 에둘러 흐르는 금강이 공주 신도시와 성을 유격시킴으로써 이 성이 삶의 일상성을 벗어난 상상과 창조의 공간이 되게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주는 일제시대 호남선이 개설될 때 오랜 전통이 훼손될 수도 있는 상스런(?) 철길을 거부하는 고집을 견지한 바 있었다. 그 결과 산업화의 흐름에 빗겨나 있었고, 한때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 인구 13만의 고풍스러운 교육도시로만 남아있었다. 그런 공주가 서해안 시대를 맞아 오래 참아왔던 기지개를 켜는 듯한 형국에 있다. 대전~공주간의 왕래는 신도로 건설을 통해 엄청나게 시간 단축이 되었으며, 대전~당진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해로의 접근도 한층 용이해졌다.
폐쇄 공간에서 이뤄졌던 연극이 바깥으로 나와 대중과 만나고 있는 산성의 연극제는 한국연극사적으로도 중요한 실험이 되고 있다. 우리 고유의 마당극과 무대극이 변증법적인 통합을 꾀할 수 있는 장치이며, 현대의 야외극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는 기회와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축제이며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문화 이벤트인 이 산성 축제는 공주를 비롯한 충청지역민들이 애정을 쏟아 키워낼 가치가 있는 무형 재화(財貨)다. 노력 여하에 따라 공주를 아시아의 에든버러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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