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만]소방통로 안전 확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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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만]소방통로 안전 확보의 길

[기고]정희만 대전북부소방서장

  • 승인 2009-10-15 19:33
  • 신문게재 2009-10-16 20면
  • 정희만 대전북부소방서장정희만 대전북부소방서장
‘강 건너 불구경’ 이란 말이 있다. 불이 난 곳이 강 저편이니 나에게 급할 일이 없다. 그래서인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달려가는 것을 봐도 길 우측으로 서로 비켜주는 차는 많지 않다.

▲ 정희만 대전북부소방서장
▲ 정희만 대전북부소방서장
 재래시장이나 주택가, 아파트 등의 소방통로는 필히 확보되어야 한다. 소방통로는 곧 ‘생명 통로’이다. 화재 등 각종 사고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현장도착이다. 얼마나 빨리 현장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피해규모가 달라진다.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재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인명피해까지 대형참사로 이어지므로 소방 통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빽빽이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전시 소방통계에 따르면 2007년도 화재 1510건 중 인명피해 64명, 재산피해 52억7000만원, 2008년도 화재 1550건 중 인명피해 91명, 재산피해 60억7000만원으로 두 해 동안 화재발생 건수는 비슷하나 인명피해는 30%, 재산피해는 15%가 증가했다.

 대부분 주택가 골목길이나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큼 비좁다. 시장의 경우도 쌓아둔 물건이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여 대형화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아파트단지의 경우 소방차 주차구획선 안에도 차량들을 주차해 놓고 있으며, 이를 통제해야 할 관리사무소마저 나몰라라 하고 있어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119 소방차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화재발생 등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긴급구난 차량이다. 한마디로 분초를 다투는 차량인 것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긴급차량 출동 때 피양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운전자들은 이렇게 답했다. 이유인즉 ‘사고가 나면 차가 막힐까봐’, ‘먼저 가려고’, ‘긴급차량인지 몰라서’, ‘비켜주다가 사고가 나면 나만 손해’ 그래서 비켜주고 싶지 않았다. 라고...

 물론 길은 좁고, 차는 많이 다니고, 누구나 바쁘겠지만 ‘생명을 구하는 양보’, 정말 협조가 꼭 필요한 순간에는 반드시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대전시 자동차의 등록대수는 2009년 8월말 기준으로 53만대로 통계상 시민 2.71명당 1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일 차량등록대수 33대로 일일 출생인구수 41명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량이 증가하고 불법 주ㆍ정차 차량이 늘어나면서 소방차 현장도착 시간은 점점 지연될 수밖에 없다. 화재현장은 1분 1초가 다급하며, 현장도착이 늦어 질수록 인명과 재산피해는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소방차들이 정지신호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하는 것은 5분이라는 시간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화재는 초기 5분이 중요하다. 불꽃이 발화되어 5분을 기점으로 초동조치를 못하면 폭발적으로 확산되어 연소확대는 물론 피해액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이 시간을 잡기 위해서 소방관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양보는 귀찮고 내 일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 집이 불타고 내 가족이 울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언젠가는 나 자신 내 가족에게도 저렇게 달려 올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자. 사고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재난을 겪은 후에 후회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중 하나이다.

 긴급차량에게 길을 양보하고, 골목길에는 한 줄로 주차하기 등 소방당국에서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의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중 호소하고 있는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기보다는 남을 위하는 마음, 윽박지르기 보다는 조금 기다려주고 이해하는 마음, 마음 속 깊이 배려하고 양보하는 우리네 미덕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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