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정치입문의 7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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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택]정치입문의 7가지 조건

[금요논단]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공공행정연구원장

  • 승인 2009-10-15 19:31
  • 신문게재 2009-10-16 20면
  •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6월 2일 지방동시선거일까지 8개월 남짓 남았지만 벌써 열기가 대단하다. 언론에서는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선거구도’를 분석하고 있고, 예비후보들은 ‘정국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물밑 선거전을 이미 치르고 있다.

▲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공공행정연구원장
▲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공공행정연구원장
 특히 이번 선거는 정치신인들이 대거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각종 정치아카데미의 성황에서 볼 수 있듯이 민선 자치 5기는 제대로 된 ‘지방정치가 필요하다.’라는 공감대가 확산해 있다는 것이다. 시민과 충청인 모두가 지방정치의 변화와 새로운 생활정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선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 입문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정치판’에 잘못 기웃거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은 엄연한 진리다. 필자는 그동안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정치인들의 흥망성쇠를 자주 지켜봐 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정치에 입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정리해 보면 무엇보다 정치 새내기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 내가 어떤 ‘정치’나, 어떤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신념과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들이 하는 것 보니까 답답해서, 시원찮아서 나서보겠다는 즉흥적인, 감정적인 발상은 정말 위험하다. 내가 국가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과 시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한 뭘 할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비전(vision)과 목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둘째,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대표선수의 태도는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하고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열심히 뛰었을 때는 승패와 상관없이 박수를 보내지만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패배했다면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열정과 자신감으로 최선을 다하는 정치인을 우리 국민은 원한다.

 셋째, 전문성을 갖춘 사람. 특히 지금까지 파행으로 얼룩진 지방의회의 경우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얼마 전에 충청지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현 지방의회의 가장 큰 문제로 전문성 결여를 꼽고 있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보다는 전문영역에서 경력을 쌓은 ‘직업 정치인’이 아닌 ‘전문 정치인’을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넷째,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 정치란 남이 가진 것을 뺏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지적일 수도 있고, 물질적일 수도 있고, 정신적일 수도 있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나의 자산을 베풀며 봉사와 헌신할 인물상이 올바른 정치인상이다.

 다섯째,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부도덕한데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격인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정치인들의 부도덕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는 ‘권위적인 배분이다.’라는 정의처럼 수많은 유혹이 따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지도자의 도덕적 의무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여섯째,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머리(똑똑함)보다는 가슴(따뜻함)으로 나와 다른 ‘소수 의견’과 ‘정파’는 물론 ‘정적’까지도 ‘관점’이 무엇이 다른지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배려가 우선이다. 실제 정치현장에서 파행의 근본원인은 구성원들의 소통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와 능력이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인과 정파(政派)보다는 집단과 대의(大義)가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일곱째, 섬김의 리더십이 있는 사람. 섬김의 리더십은 전 세계 100대 기업의 1/3 이상이 채택하고 있는 기본철학이다. 섬김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고, 섬김은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 돼야 한다. 어쩌면 앞서 말한 여섯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 될 수도 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慾爲大者 當爲人役)는 말이 있다. 자신을 낮출 때 남을 높일 수 있고, 내 것을 버릴 때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물론 이상의 7가지 조건을 다 갖춘다는 것은 신(神)이 아닌 이상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치를 시작해도 되느냐 아니냐는 판단의 기준은 될 것이다. 내년 6·2선거는 민선 4기까지 지지부진한 지방정치의 ‘변화와 개혁’을 일으키는 선거가 될 것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후보군에 대한 가혹한 인물검증이 예상된다. 최종적인 선택은 본인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심사숙고(深思熟考)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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