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미국사회와 교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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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미국사회와 교통문화

[중도춘추]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 승인 2009-10-15 19:30
  • 신문게재 2009-10-16 20면
  •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우리가 다른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의 문제가 핵심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이동거리가 넓고 먼 미국에서 교통수단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도 승용차였다. 외국인들은 미국에서 국제면허증으로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만간에 미국 운전면허를 따야 한다. 그 기간은 대략 3개월 정도로 본다. 그 점에서 교통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교통체계를 통해서 미국의 사회와 문화의 한 부분을 엿볼 수 있었던 까닭이다.

▲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미국의 다운타운을 걷다보면 차는 차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흐른다. 그 가운데서 모든 흐름의 우선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전체를 장악하고 주도해 나간다. 미국의 교통체계는 차보다도 사람이 먼저이고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상대 차량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강조되고 있었다. 작은 질서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왜 그동안 한국에서 길을 건너려 차에 이리저리 쫓기고 허둥대며 살아왔던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러시아워 시간이면 줄지어 선 차량 사이로 내 차 머리를 들이밀기 위해서 악다구니를 해왔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컸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대단히 다양한 교통수단이 눈에 띄었다.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공존하고 다양한 방식이 결합되어 있다. 새로움에 대한 추구와 오래 된 것들을 간직하려는 자세가 반영되어 있었다. 브로드웨이에는 아직까지도 레일이 깔려 있기도 하다. 레일 위를 달리는 전차가 있는 반면에 바퀴가 달린 버스가 전차로 등장하여 전깃줄에 매달려 가기도 한다. 또한 두 대나 세 대의 버스가 이어진 기다란 버스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내버스 앞에는 승객의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선반을 달고 다닌다. 또한 바트(Bart) 안에는 직접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승객도 흔히 볼 수가 있다. 고속도로인 프리웨이를 달리다 보면 옆으로 질주해 가는 오토바이를 자주 만난다. 하이웨이라는 호칭의 고속도로는 규모가 크고 프리웨이는 그보다 작지만 편도 4차선에 평균 시속 110~120km를 달리기도 한다. 내가 처음에 프리웨이로 차를 몰고 들어가서 교통의 속도와 그 흐름이 매우 빨라 당황하였던 경험이 있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살펴보면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독일, 스위스제 등으로 대단히 다양하다. 가끔 그 안에서 한국 차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옆을 지날 때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미국의 프리웨이는 그야말로 세계 각국의 자동차들이 성능과 맵시를 경쟁하는 각축장을 방불케 한다. 차량 가운데는 폭스바겐의 작은 방게처럼 생긴 것으로부터 아주 오래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차나 세단, 벤, 지프 등으로 가지각색이었다. 그러기에 다양한 모양과 형식들이 섞여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게 미국의 문화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 사회가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유도해 가는 힘이라 말할 수도 있다.

 미국 사회는 전반적으로는 자유와 자율에 바탕을 두고, 그것들 사이의 작은 질서가 견고하게 지켜지며 전체를 밀고 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기초 질서랄까, 상식이나 원칙 등이 대단히 엄격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정신이 존중되는 사회가 아닌가 한다. 반면에 우리는 큰 질서가 작은 사회를 힘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그 큰 힘에 의해서 부분들이 무시가 되고 작은 것들은 소외가 되기도 하는 느낌이다. 한국 사회는 작은 것 하나하나가 존중이 되어서 그것이 모여 전체를 이루어 가는 게 아니라, 힘과 권력 등 큰 것에 의해서 작은 것들이 도외시되고 소외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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