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보이에 끌려 카메라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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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보이에 끌려 카메라를 들다

■ 플래닛 비보이

  • 승인 2009-10-15 18:02
  • 신문게재 2009-10-16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2002년 한국은 신명의 나라였다. 한반도는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고, 국민들은 붉은 색 옷을 입고 광장에 모여 춤을 추었다.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해 10월. 신명을 돋우는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비보이들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에서 한국의 익스프레션이 우승했다는 소식이다.

 우연히 이 소식을 접한 한국계 미국 영화감독은 흥분했다. “대체 한국이 왜, 어떻게 잘하게 된 거야? 미국 프랑스 일본이 10년, 15년 넘게 걸린 일을 한국은 어떻게 5년 만에 성취해 낸 거야.” 2년 뒤, 한국의 갬블러즈가 대회 정상에 오르자 벤슨 리 감독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다. ‘플래닛 비보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벤슨 리 감독은 프랑스의 페이스T, 미국의 너클헤드 주, 일본의 이치게키, 한국의 라스트 포 원 등 4개국 지역 예선 우승팀과 자동 출전하는 전년도 우승팀 갬블러즈를 카메라에 담았다.

 2007년 뉴욕 트라이베가영화제에서 공개된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4000명을 수용하는 야외수영장엔 60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비보이들의 꿈과 열정을 발랄한 템포로 쫓아가는 영화는 극장과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작년, 뉴욕과 LA에서 단관 개봉한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장기상영에 들어갔고, 25개 도시로 확대 상영됐다.

 비보이의 춤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텍스트를 읽어내는 것은 꽤 흥미롭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세트에 펼치는 퍼포먼스는 한국 비보이들의 입대 고민을 드러낸다. 프랑스에서 비보잉은 흑인이나 히스패틱계가 하는 저질문화라는 인종차별적 편견이 심하다. 어머니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경쾌한 리듬으로 편집된 이 장면들은 춤 뒤의 드라마다.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의 아름다움은 비보이들의 뿌리를 드러내는 데 있다. 비보이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춤을 추는지, 한 동작을 성공하기 위해 왜 밤을 새우며 연습하는지 이해하게 한다. 그리고 거기엔 꿈과 열정이 있음을 절절히 느끼게 해준다.

 생각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도 한다. 꿈과 열정이 그야말로 펄펄 살아 숨 쉬는 ‘플래닛 비보이’는 대전 아트시네마에서 만날 수 있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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